[프로축구] 그라운드 '유고내전'

중앙일보

입력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

프로축구 정규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대결하는 수원 삼성의 '유고 폭격기' 샤샤와 부산 대우의 '바람의 아들' 마니치.

72년생 유고 출신 동갑내기인 둘은 95, 96년 나란히 '코리안 드림' 을 꿈꾸며 K-리그에 뛰어들었다. 공격의 첨병으로 뛰며 97년 부산의 프로축구 3관왕을 이끈 이들은 98시즌 중반 샤샤가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서로 칼끝을 겨누는 상대로 바뀌었다.

올 챔피언 결정전의 승부도 이들 둘의 싸움으로 판가름날 공산이 크다.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샤샤가 큰 키(1m90㎝)를 이용한 헤딩력과 탁월한 골감각을 앞세운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면 마니치는 1백m를 11초대에 끊는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돌파로 찬스를 엮어내는 윙 플레이어다.

지난해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샤샤는 올해 최고의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두차례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정규리그 17골로 안정환을 3골차로 앞서고 있어 득점왕도 사실상 굳힌 상태다. 또 5년간 총 56골을 넣어 라데(92~96시즌 포항 소속.55골) 가 갖고 있던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 기록을 경신, 명실상부한 최고 외국인 선수로 우뚝 섰다.

마니치의 팀 기여도도 샤샤에 못지 않다. 올시즌 9골 - 9어시스트라는 기록에서 보듯 골도 많지만 어시스트도 팀내 최고다.

마니치의 또다른 무기는 페널티킥 얻어내기. 질풍같이 외곽을 돌파하다가 90도 방향을 틀어 페널티지역으로 파고 들면 당황한 상대 수비가 엉겁결에 발을 걸기 일쑤다.

여기에 마니치 특유의 오버액션이 겹치면 주심은 어김없이 휘슬을 분다. 이렇게 해서 얻어낸 페널티킥이 올시즌만 벌써 10개. 상대 팀에 가장 위협적인 두 유고청년의 발끝에서 20세기 한국 프로축구 최후의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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