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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의 마켓뷰] 1월 증시 기대감 가져도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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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10년 주식시장이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연말 중국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무난히 소화해 내면서 코스피지수는 2000선에 안착했다.

 1등 공신으로 외국인투자자와 자동차·화학주를 내세우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더블딥(이중침체)이니, 유럽 재정위기니 하면서 연중 내내 이어진 글로벌 경기 논란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 한 해 연간 20조원 이상 ‘바이 코리아’(순매수)를 했다. 이는 기관·개인 같은 내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와 맞물려 ‘외인천하(外人天下)’ 장세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자동차주는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 과정에서, 현재(미국)와 미래(중국)의 주력 시장 모두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화학주는 2차전지·태양광 등 신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받으며 지난해 증시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이제 2011년 증시가 설렘 속에 시작된다. 2011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한 단계 높아진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으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 경우 주가 수준도 한 계단 뛰어오를 것이다.

 여기서 2011년 증시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투자자 사이에 회자되는, 다양한 경험 법칙을 올해 증시에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먼저 홀수·짝수 법칙부터. 내용인즉 홀수 해에는 경기와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짝수 해에는 경제를 흔드는 이슈가 생겨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거의 어김없이 나타난 현상이다. 2010년 정도가 예외였을 뿐이다. 이 경험 법칙에 따르면 2011년은 홀수 해로 대세 상승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미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한 주가 흐름이다. 1942년 이후 70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중간선거 해의 10월 첫 주부터 이듬해 7월 둘째 주까지 미국에서는 강한 상승 랠리가 전개됐다. 보통 11월 초 치러지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여러 가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따른 약발이 증시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간선거 이듬해 1분기에 주가지수가 오를 확률은 94%였고, 평균 상승률은 8.5%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중가선거가 이뤄졌으니, 이 법칙이 들어맞는다면 올해 상반기, 특히 1분기에 주식 투자자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셋째는 계절성과 관련한 법칙이다. 미국에서 50~97년 주식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월에 샀다가 이듬해 4월에 파는 전략이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2000년 이후 11년 동안에 이런 전략을 적용해보면 평균 11.9% 수익을 안겨준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법칙에 따르자면 1월이란 시점은 아직 주식을 살 때이지, 팔 때는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요약하자면 증시를 둘러싼 여러 경험 법칙은 2011년 증시, 그중에서도 1분기는 괜찮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주가는 항상 예측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과거의 통계대로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그렇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올 1월 증시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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