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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박근혜 지금은 천하무적 … 본선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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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2년 대선 레이스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사가 신년을 맞아 발표한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는 30%가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중이다. 일부 조사에선 40%를 넘기도 했다. 3년째 지지율 선두에, 여야를 통틀어 2위권과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박 전 대표의 고공 지지율에 대해선 경쟁 주자 진영도 실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가까운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40%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게 현실”이라며 “본래 여론 지지율은 ‘제로섬’ 게임인데, 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가능성이 큰 후보 쪽에 더 쏠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도 “박 전 대표 지지율은 의미 있는 수치가 맞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유지될지에 대해선 고개를 젓고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당내에선 현재 박 전 대표가 천하무적이지만 본선 경쟁력에선 (친이계 주자들보다) 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앞으로 당내 친이계 주자들의 단일화 여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일대일 구도가 되면 박 전 대표와 겨뤄 볼 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김동철 전략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 쪽으로 결집하고 있으나 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예비주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 일대일 구도가 되면 해 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박근혜 진영’에선 두 번에 걸친 대선 징크스도 언급하고 있다. 변수가 많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사에서 2년이란 긴 시간이다. 실제 이 기간 동안 늘 반전과 역전의 드라마가 연출됐었다. 2007년 대선 2년 전인 2005년 말 차기 주자 가운데 지지율 선두는 고건 전 총리였고, 2002년 대선 2년 전인 2000년 말 지지율 선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였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출마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이 총재는 지지율 급상승 무드를 탄 노무현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들과 박 전 대표 지지율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위와의 격차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는 경쟁 진영이 ‘대세론’을 악용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회창 대세론’과 비교하는 데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 한 영남권 친박 의원은 “몇 년간 비주류로 지낸 박 전 대표와, 당시 한나라당의 전권을 쥐고 있던 이회창 전 총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 깎아내리기”라고 말했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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