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문건' 국민회의 이종찬씨측에 전달

중앙일보

입력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언론대책 문건은 중앙일보 기자직을 휴직 중인 문일현(文日鉉)
씨가 독자적으로 작성해 지난 6월 24일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北京)
대 국제정치대학원에서 수학 중인 文씨는 27일 낮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부 기자 때부터 친분이 있는 JC(이종찬씨의 영문 이니셜)
가 국정원장을 그만둔 뒤 지난 6월 20일 전후 전화를 걸어와 당시 언론상황을 걱정해 나의 개인적 의견을 정리, 사무실에 보내줬다" 고 밝혔다.

文씨는 "문건은 1부만 작성, 李부총재에게 전달했으며 중앙일보 간부에게는 일절 보고하거나 문건을 보내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종찬 부총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어제(26일)
저녁 전화통화에서 文기자는 그 문건을 나한테만 보냈다고 하더라" 고 밝힌 뒤 문건 유출의 진원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문건을 본적이 없으나, 나의 사무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鄭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을 통해 "文씨와 일면식도 없으며 중앙일보 간부를 접촉한 바 없다" 며 "문건 제보자는 이종찬씨와 가까운 측근" 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언론장악 문건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 특히 여권 핵심부에 전달된 문건이 야당으로 넘겨진 유출과정을 두고 권력 내분(內紛)
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 8시 당직자회의를 열고 문건의 작성 배경.전달.유출과정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국정조사권 발동을 촉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8일부터 대정부질문 등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키로 했다.

◇문일현씨〓文씨는 "JC가 국정원을 물러난 후 전화를 통해 정국 돌아가는 내용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바 있다" 면서 "문건의 내용은 평소 언론개혁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李부총재 보좌관은 "베이징에서 文씨가 '李부총재에게 전해달라' 며 문건을 지난 6월 24일 팩스로 보내온 것은 사실" 이라고 확인했다.

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文씨는 지난해 8월부터 중앙일보를 휴직 중이며, 현재 중국 베이징대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전남 보성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외국어대를 나왔으며 휴직 전까지 국민회의를 출입했다.

◇국민회의〓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
대변인은 오전 당직자 회의가 끝난 뒤 문건에 대해 "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작성했다는 주장은 거짓" 이라면서 "중앙일보 文기자가 작성했고 중앙일보 간부가 鄭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고 발표했다.

李대변인은 중앙일보 간부의 신원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뒤 "두고보면 알 것이며 확인 중" 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언론대책보고서에 대해 여권이 이런 저런 주장을 하면서 사실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 고 지적, "양심과 도덕성 있는 정권이라면 먼저 사실을 밝히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鄭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에서 "언론장악 음모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든 최종 책임자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라며 "누가 文기자에게 이 문건을 만들라고 요구했고, 어떤 경로로(李전원장에게)
전달돼 어디에 보고됐는지 밝히라" 고 요구했다.

김진국.이하경.이상일 기자 <jink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