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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둥글면 살찌기 쉽고 관절염 위험 높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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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복이 온다’ ‘생긴 대로 살아라’라는 말이 있다. 얼굴 생김새에 그의 삶이 반영된다는 의미다. 요즈음은 거기에 더해 얼굴만 보고 질병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한의학에 형상의학이란 것이 있다. 동의보감에 서술된 내용 중 ‘형상에 따른 질병’에 관한 내용만 선별하고 발전시켜 만든 것이다. 허준 선생이 중국 의서 수백 권과 수천 건의 임상 사례를 한데 모아 형상의학의 틀을 만들었으며, 20여 년 전 한의학자 박인규 선생이 이를 통합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형상의학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형상의학회장 최진용 박사(진성한의원)는 “같은 증상이라도 생김새에 따라 원인이 다를 때가 많다. 형상의학은 생김새에 따른 호발(好發) 질환을 통계화해 발전시킨 학문이다. 진맥과 함께 유용한 진단도구로 쓰인다”고 말했다.

다섯 가지 형태로 나눠 질병 가늠
형상의학에서는 얼굴을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나눈다. 먼저 둥근 얼굴은 정과(精科)로 분류한다. 낙천적이며 명랑하고 실의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고 눕기를 좋아한다. 살도 쉽게 찐다. 또한 습(濕)이 많은 체질이라 몸이 잘 붓는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오기 쉽고 허리와 등이 아플 때가 많다. 특히 몸의 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구기자·산수유·복분자 등을 자주 먹는 게 좋다.

각지고 네모난 얼굴은 ‘기과(氣科)’라고 한다. 기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는 타입으로, 기가 지나치게 많이 운행되거나 기가 막혀서 생기는 ‘기병(氣病)’을 많이 앓는다. 남자보다 여자가 기과 타입 병이 많다. 가슴이 더부룩하면서 아프고 배· 옆구리·허리 쪽으로 통증이 생긴다. 간혹 이유 없이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목에 가래가 많이 끼고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를 때가 많다. 천식·갑상선 질환·후두염·대소변 장애 등도 오기 쉽다. 여자에겐 자궁에 혹 같은 것이 잘 생긴다. 본디올 홍제한의원 정행규 원장은 “이런 타입은 기가 잘 순환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기 순환에 도움이 되는 식품은 인삼·생강·귤 껍질·무·쇠고기 등이다. 특히 무는 매운맛과 단맛이 같이 들어있어 막힌 기를 천천히 풀어주면서 동시에 고양된 기를 빨리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세모난 얼굴은 ‘신과(神科)’라 부른다. 신경이 예민해 쉽게 마음이 상하고 신경성 질환이 많다. 주로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가슴 두근거림도 잦다. 건망증도 많은 편이다. 신과 타입의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억력도 높아진다. 연실(연꽃의 씨)도 정신력을 보양해 주므로 꾸준히 먹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성내는 빈도도 줄어든다. 연실은 죽을 쑤어 먹는 것이 좋다.

계란형 얼굴은 ‘혈과(血科)’라 한다. 혈(血)이 부족해서 두통과 생리불순이 잘 생기고 혈이 뭉치기 쉬워 여러 가지 병이 온다. 혈과 여성은 특히 산후에 어혈이 생기기 쉽다.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질환으로 이어진다. 혈과 타입은 병이 있더라도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심해지는데, 기과(氣科) 타입이 낮에 병이 심했다가도 밤이 되면 증상이 가벼워지는 것과 반대다. 혈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당귀와 부추 즙이 좋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돕고 피를 정화시킨다. 부추 즙은 가슴속에 뭉친 어혈을 잘 풀어준다.

눈·코·입 모양 따라서도 질병 달라져
전체적인 얼굴 형태뿐 아니라 눈·코·입 모양에 따라서도 질병을 알아볼 수 있다. 먼저 눈의 검은자위는 간과 관련있다고 본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 시력이 나빠지고, 눈이 충혈되고 붓는 현상이 있다. 눈 흰자위의 빨간 핏줄은 심장의 건강상태를 나타낸다. 눈꺼풀은 비장(소화기 계통)과 관련이 있다. 눈에 다래끼가 나면 위에 열이 많은 것으로 본다. 눈이 큰 사람은 목에 가래가 많고, 편도가 자주 붓는 경향이 있다.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은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 신경성 질환이 유난히 많고, 뒷목이 자주 뻣뻣하다고 본다.

코는 척추의 축소판이라고 본다. 코가 비뚤어져 있으면 척추도 비뚤다고 본다. 어깨와 뒷목이 늘 뻣뻣하다. 신장기능과도 관련 짓는다. 콧구멍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람은 배뇨장애가 많다고 본다. 코가 유독 큰 사람은 식탐이 많다고 본다. 음식을 급하게, 폭식하는 경향이 있어 소화기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코가 낮으면서 짧은 사람은 비위가 약하고 위장기능도 좋지 않다. 간혹 콧등이 불룩하게 나온 사람이 있는데 몸의 기가 막혀 순환이 잘 안 된다고 본다. 심폐기능, 소화불량, 십이지장궤양 등이 많다.

형상의학에서 입술은 소화기관을 상징한다.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는 사람은 헛배부름, 트림, 소화장애가 많다. 입술이 건조하고 잘 트는 여성은 냉 대하가 많으며 불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본다. 입술에 핏기가 없으면 혈이 부족하다고 보며 몸이 차고, 장이 나쁜 경향이 있다. 반대로 입술이 붉은 사람은 위에 열이 많아 배가 쉽게 고프고, 위장병이 생기기 쉽다고 본다. 입술이 도톰한 사람은 항상 기운이 없고, 땀이 많으며 폭식의 경향이 높은 편이다.

귀는 신장(콩팥)과 관계 깊다고 본다. 귀가 유난히 붉거나 검은색을 띠면 신장에 열이 있고, 귀가 크고 힘이 없으면 방광이 약해 허리 통증이 잘 생긴다. 귀가 위로 올라붙어 있으면 신장 위치도 높아 허리가 잘 아프고, 귀가 내리붙어 있으면 신장 위치도 낮아 탈장이 많고, 엉덩이 쪽이 자주 아프다고 본다.

양방서도 생김새 보는 시진(視診) 활용
양방에서도 생김새와 질병의 관계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눈 흰자위 색깔이 노랗다면 황달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치과에서도 치아의 교합이 바르지 않으면 두통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부 의사는 양쪽 눈의 높이가 다른 것을 보고 척추질환을 의심하기도 한다. 눈의 높이가 다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기울여 보게 돼 척추도 비뚤게 된다는 것. 이비인후과에서는 코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면 비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의사도 있다. 경희대치과병원 교정과 박영국 교수는 “치과에서도 얼굴 뼈 모양과 다른 질병의 상관관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만큼 형상의학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질병의 1차 진단, 또는 보조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반드시 다른 검사도 병행해 병의 여부를 확실하게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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