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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원성진, 벌판으로 나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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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본선 16강전>
○·저우루이양 5단 ●·원성진 9단

제10보(117~127)=죽었던 좌상 백이 무려 15집을 내고 살아갔다. 그동안 흑이 한 것은 좌변을 빵빵 때려낸 것. 힘은 엄청 세졌지만 현찰로는 얼마 안 된다. 더구나 우상 패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총체적으로 흑은 큰 타격을 입었다. 117로 공격하는 원성진 9단의 자세가 비장하다. 안방에서 편안히 즐길 바둑이었는데 새해 첫날부터 온 식솔을 이끌고 눈보라치는 벌판으로 나가야 한다.

 저우루이양은 118, 120으로 조심스럽게 달아난다. 입장이 180도 바뀌어 이제 백이 사고를 걱정하고 있다. 귀가 짓눌리는데도(121)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난다(122).

 123에서 원성진은 공격을 멈추고 한 박자 쉰다. 그 틈에 백은 124로 뛰어나갔고 이젠 공격권에서 거의 벗어난 느낌이다. 한 가닥 의문이 머리를 스친다. 오늘 초강경책으로 무장한 원성진이 왜 ‘참고도’ 흑1로 계속 맹공을 퍼붓지 않는 것일까. 백이 12까지 살아버리면 싱겁다고 본 것이다. 사실 이 백이 살아버리면 흑은 A의 패가 너무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123으로 한 박자 늦추고 124 달아날 때 125로 곧장 패를 시작했다. 흑은 이 패를 꼭 이겨야 한다. 하지만 저우루이양의 126이 은근하면서도 날카로운 팻감.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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