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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지도 바꾸는 ‘스마트 혁명’ … 뉴욕이 제2 실리콘밸리로 떠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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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스마트 혁명’이 미국의 인터넷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뉴욕이 제2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기업 경쟁력에선 페이스북이 구글을 위협하며, 수익 모델로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과 콘텐트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뉴욕이 벤처의 새 메카로=뉴욕이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IT산업 심장부는 서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실리콘밸리였다. 그러다 인터넷 산업 환경과 트렌드가 바뀌면서 동부의 전통적 금융·미디어 중심지인 뉴욕이 새 터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위치기반 SNS 기업인 ‘포스퀘어’와 패션 전문 사이트 ‘길트닷컴’ 등이 뉴욕에서 창업했고, 구글·애플 같은 유명 IT기업들도 뉴욕 진출을 확대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SNS 기반 뉴스 사이트인 ‘레딧’처럼 실리콘밸리에서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기업까지 나타나고 있다.

 검색·온라인 쇼핑몰 등이 각광받던 2000년대 초만 해도 IT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대형 서버 저장소나 연구·개발실을 필요로 했다. 뉴욕은 부동산 가격이 비싸 신생 기업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 성장 분야는 앱·SNS·소프트웨어(SW)다. PC 몇 대만 있으면 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인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얼마든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또 뉴욕은 미디어·패션·광고 산업 중심지다. 온라인이 주요 콘텐트 유통망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인터넷 기업들 역시 뉴욕으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도 컸다. 뉴욕대의 래리 레니헌 교수는 “3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투자은행에 취업하고 싶어했지만 요즘은 다르다”고 말했다. 동부 명문대 출신들이 IT 창업에 눈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장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전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에서 성사된 인터넷 벤처 투자 계약이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이 구글 위협=웹 시대는 가고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 시대가 도래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 검색의 강자인 구글이 SNS 1위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IT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히트와이즈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1∼11월 미국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 수의 8.93%를 차지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구글은 7.19%로 2위였다. 야후메일과 야후, 유튜브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2009년 순위는 구글·야후메일·페이스북 순이었다.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순위에서도 페이스북은 전체 검색어 가운데 2.11%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5억 명을 돌파했다.

 ◆유료 콘텐트 구입 확산=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은 디지털 콘텐트 역시 돈 주고 사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애플의 온라인 마켓인 아이튠스에서 음악·게임 등을 유료로 구입하는 데 익숙해진 젊은 층은 온라인 콘텐트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의 65%가 디지털 콘텐트에 대가를 지불하며, 이들의 한 달 평균 콘텐트 구입액은 10달러였다. 이에 대해 퓨리서치 측은 “아이튠스·넷플릭스(영화·드라마 등 온라인 서비스업체)와 함께 자라난 젊은 세대들은 불법으로 콘텐트를 이용하기보다 노래 한 곡에 99센트, 비디오 한편에 4.99센트를 흔쾌히 지불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자의 33%는 디지털 음원과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경험이 있고, 21%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앱을, 19%는 디지털 게임을 산 적이 있었다. 또 18%는 디지털 신문이나 잡지, 16%는 비디오나 영화, 12%는 디지털 사진, 10%는 전자책을 각각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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