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9세 손흥민, 20세 지동원 … 이들 있어 든든한 한국 축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유일한 외국인 지도자인 가마(브라질) 기술코치는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 한국 특유의 정신력과 체력에 기술을 겸비한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창의성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축구는 ‘새로운 시대(new generation)’를 열 것”이라고 자주 얘기한다.

 박주영(AS 모나코)의 부상 탈락으로 고민이 많았던 조광래 감독은 12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대표팀의 막내 지동원(20·전남·사진 왼쪽)과 손흥민(19·함부르크·오른쪽)이 뛰어난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보고 기뻐한 사람은 조 감독 혼자가 아니었다. 축구팬들은 1-0으로 겨우 이긴 졸전을 지켜보면서 두 신예의 플레이에서 위안을 찾았다. 둘 다 시리아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 축구의 자산이다.

 ◆스트라이커 계보 이을 지동원=지동원은 지난 시즌 K-리그를 빛낸 신예다. 28경기에 나서 8골·4도움을 올려 신인왕 부문 2위에 올랐다. FA컵에서는 5골로 득점왕이 됐다. 각급 대표팀을 넘나들며 국제무대를 누볐다. 지난해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19세 이하) 선수권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3위에 오른 한국은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11월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두세 살 많은 선배들과 함께 뛰었다. 이란과 3, 4위전에서 2골을 뽑아내 극적인 역전승(4-3)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시리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큰 키(1m87㎝)에도 유연성과 기술이 좋아 조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박주영의 대체 자원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동원을 지도한 박항서 전 전남 감독은 “또래보다 공 좀 찬다고 우쭐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한다. 지동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몸싸움이 부족하다. 닭고기 가슴살을 먹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박)주영이 형 눈곱만큼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붐의 후계자 손흥민=손흥민은 독일에서 더 유명하다. 그는 12월 23일 독일 분데스리가 선정 올 시즌 전반기 최고 신인으로 뽑혔다. 전반기 7경기밖에 못 나섰지만 3골을 넣었다. 특히 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7월 함부르크와 정식 프로계약을 맺은 손흥민은 10월 31일 쾰른과 치른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그림 같은 데뷔골을 터뜨렸다. 18세3개월22일. 함부르크 역사상 최연소 골이었다. 12월 20일 하노버전에서는 조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2골을 작렬했다. 이미 그때 아시안컵 출전권을 예약한 셈이다.

 축구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씨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 교육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 간결하게 볼을 처리하는 능력은 최대 장점이다. 조 감독은 “보통의 한국 공격수와는 유형이 다르다. 저돌적인 돌파와 수비 뒤 공간을 대범하게 침투한다”고 칭찬한다. 손흥민과 한 방을 쓰는 박지성(맨유)은 “축구 외적으로는 가르쳐 줄 것이 없다. 이미 자기관리가 뭔지 아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골 욕심이 남달리 강하다. 그는 “A매치 데뷔전에서 승리해 기쁘다. 하지만 골을 못 넣었기 때문에 나에게 60점 정도밖에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부다비=김종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