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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상습 성추행범 영장 신청↔기각 3차례 … 중앙일보, 법원·검찰에 이유를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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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10년 7월 3일 본지 1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서부지법은 9세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적장애인 노모(60)씨에 대해 청구된 치료감호영장을 기각했다. 두 번째였다. 지난달 말에는 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노씨는 지난해 6월에도 10세·9세 자매를 성추행해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법원은 왜 매번 영장을 기각할까. 검찰이 끈질기게 영장을 청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들어봤다.

#이창렬 서부지법 공보판사

 -법원이 또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하려면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치료감호영장도 마찬가지다. 노씨는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았다.”

 -추가 피해 우려가 있는데.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은 재판이 불가능한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처벌의 의미가 아니다. 법이 정한 대로 판단해야 한다.”

 -영장 기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처벌이나 치료감호의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소되면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심리할 것이다. 법은 불구속 재판을 대전제로 천명하고 있다.”

 -노씨는 지난해 6월 같은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았다.(※당시 재판부는 노씨가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 치료감호청구 검토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은 정신 감정 결과 노씨가 사물을 분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판 과정에서 지켜본 노씨는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로 인해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하지 않겠나.

 “동의한다. 검찰이 빨리 기소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길 바란다. 계속되는 영장 재청구로 한 달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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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서부지검 성폭력대응센터장

 -영장이 또 기각됐다.

 “벌금 10만원형을 받을 사람보다 징역 10년형을 받을 사람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 노씨는 전에도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노씨는 혼자 살고 있다. 재판 출석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구속할 필요가 있다.”

 -노씨가 같은 혐의로 기소됐을 때 치료감호청구를 하지 않았는데.

 “10세·9세 자매를 30차례가량 성추행한 중한 범죄였다. 실형을 받을 사안이었다.”

 -법원은 노씨가 사물 분별 이 힘들다고 봤다.

 “법정에서의 모습은 일부다. 의료진과 수사기관의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옳지 않겠나.”

 -구속영장에서 치료감호영장으로 바꾸었다.

 “구속을 한 후 수사를 통해 기소할지 치료감호를 청구할지, 이 둘을 병행할지 정하려 했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추가 피해를 막고 원활한 수사·재판을 위해 노씨를 격리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빨리 기소 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이미 한 차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더 철저히 수사해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법원도 검찰도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양측은 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노씨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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