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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봉사활동의 진화 … 직원들 전문 기술 나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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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 직원들이 인근 마을에서 전기 점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 해양생산팀 양일동씨는 지난달 초부터 같은 팀 선배인 서동성 차장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발마사지를 배우고 있다. 양씨는 새해부터 매달 한 차례씩 인근 경로당을 돌며 발마사지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는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끼리 모여 ‘발마사지 봉사단’을 꾸렸다”며 “그동안 배운 기술로 어르신을 도울 마음에 설렌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전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박 용접 기술자들은 마을 공원의 운동기구를 설치·보수해 주고, 전기 기술자들은 정기점검·화재예방 교육 봉사활동을 하는 식이다. 석·박사급 연구원들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사원들은 영어 특강을 한다.

 기업의 봉사활동이 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술과 전문지식을 나누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프로보노’(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지식·서비스 기부)와는 달리 직원들이 평소 갈고 닦은 작은 기술을 나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창규 삼성중공업 사회공헌부서장은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호응이 좋다”며 “봉사받는 이들도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윈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30일 인천 송도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기념행사를 임직원 공연으로 대신했다. 직원들이 두 달 동안 회사에서 개설한 기타·사진·마술·한국화 등 7개 강좌에서 배운 내용으로 공연을 한 것이다. 공연 수익금은 난치병 아동에게 기부했다. 공연에 참가한 경영지원팀 이해림씨는 “틈틈이 배운 실력으로 봉사를 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사내 어학 동호회 회원들은 다문화 가정 합동결혼식 등 행사에서 통역 봉사를 하기도 한다.

 제일모직 디자이너들은 공익단체인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서 인테리어를 해주고,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사들은 방과후 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원들은 화장 기술을 활용해 암환자를 화장해 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윤영식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부장은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개성이 강해 일방적으로 회사에서 정한 방식으로 봉사하라고 하면 잘 안 따라온다”며 “봉사활동의 큰 틀을 개개인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쪽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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