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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 속의 동화〈Not One Less〉

중앙일보

입력

사실같은 동화…동화같은 사실…

제는 세계적인 감독이란 칭호가 전혀 낯설지 않은 중국 장이모(張藝謨)감독의 신작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선 '예술영화 아닌 선전영화다' 해서 논란 끝에 감독이 출품을 취소했는가하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선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문제작이다.

그러나 영화는 논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순하고 명쾌하다. 강렬한 색채로 화면을 채웠던 장감독의 종전의 탐미적 영상은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스타일로 옷을 갈아입었고, 단골로 출연하던 궁리(鞏莉)가 채웠던 자리는 한 무리의 시골 아이들이 대신하고 있다.

영화는 중국의 시골 초등학교에서 양치기처럼 의지와 집념 하나로 아이들을 지켜내는 13세짜리 대리 여선생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마을에 한 명 뿐인 가오 선생 대신에 한 달동안 거의 자기 또래의 학생들을 맡게 된 소녀 웨이민치가 그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데다 노래 한가지도 끝까지 기억못하는 엉터리 선생님인 그녀에게 가오 선생은 '학생들이 자꾸 도시로 떠나 줄어들고 있으니 한 사람의 학생이라도 줄어들어서는 안된다' 고 당부하고 떠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게 할까에 필사적으로 신경을 써온 웨이민치는 학교의 제일 말썽꾸러기인 장휘커가 돈벌러 도시로 떠나자 그를 찾기 위해 도시로 간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고집한 이 영화는 장 감독의 어느 전작보다 가볍고 경쾌하고 생동감이 넘쳐보인다. 남루하고 거칠어보이는 시골학교와 그곳 사람들의 표정으로부터 오히려 섬세하고 풍부한 인간의 내면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한 여인(소녀)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는 감독의 전작인〈귀주이야기〉와 비슷하고 전문연기자가 아닌 아이들을 동원해 다큐멘터리적 스타일로 사실감 어린 영상을 추구한 점은〈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등을 선보인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닮아있다.

자연스러움을 살려내기 위해 실제 시골학교를 배경으로 모두 현지에서 캐스팅하고 주인공 웨이민치와 실제 문제아인 장휘커를 비롯해 가오 선생과 촌장, 방송국 국장 등 다 실제 인물들을 캐스팅하고 카메라를 숨겨 촬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열악한 교육현실이 웨이민치와 아이들의 선행에 의해 결국 개선된다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결말 부분은 이 영화를 '논쟁적인 영화' 로 만들어버렸다. 국내 시사회에서도 영화 전반의 리얼리티에 비해 다소 돌출돼 보이는 '행복한 결말' 부분에 대해 '당혹스럽다' 는 소감이 적잖게 나왔다. 이것은 감독의 주장대로 사실적인 묘사일까, 아니면 감독이 현실에 아부한 것일까.

"영화를 결말로만 보지 말라.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는 소박한 정감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들은 이런 영화 보고싶지 않을 것" 이라던 감독의 예측과는 다르게 중국에서는 지난 6월 개봉돼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한국 관객들은 과연 이 '행복한 결말' 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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