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큰돈 안 들게 사업방식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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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9일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빚 줄이기다. 12월 말 현재 LH의 금융부채(이자를 내는 빚)는 91조4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다. 경영 쇄신을 하지 않을 경우 금융부채는 2014년 188조원, 총부채는 254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LH는 추정한다. 이지송 사장은 “그대로 두면 나라가 망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정상화 방안은 ▶사업비 절감 ▶인원 감축 ▶사업방식 수정 ▶사업지 구조조정 및 투자축소로 나뉜다. 그런데 핵심으로 꼽히는 사업지 조정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LH는 전국 414개 사업장 중 138곳의 신규사업지 중 안성뉴타운의 면적 축소와 성남대장, 부안변산, 김제순동, 고성가진 등지의 개발사업 제안 철회 등 5곳에 대해서만 행정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 이들 지구를 포함해 30여 곳에서 주민 협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고도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지구가 어떤 방식으로 협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된 지역 주민들의 혼란과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신현석 의원은 “파주 운정3지구 주민들은 LH의 개발계획 발표 이후 토지 수용에 대비해 새 공장부지를 사고 농토를 마련하느라 1조2000억원이란 큰 빚을 졌다”며 “LH가 개발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보상을 미루고 있어 일부 주민들의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고통이 크다”고 전했다.

 사업방식의 변경은 눈여겨볼 만하다. LH는 이제까지 땅을 100% 사들여 터를 닦은 뒤 다시 업체나 개인에게 파는 방식을 이어 왔다. 들어가는 돈이 많다 보니 택지지구가 많을수록 빚도 늘어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환지방식(땅 주인에게 다른 땅을 주는 것), 공공-민간 공동 개발 등의 다양한 형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 등도 LH·지자체·주민이 함께 참여하되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돈 대신 채권이나 대토를 주는 토지보상제도는 이미 진행 중이다. 더 이상 큰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직원 감축과 급여 반납으로 연간 400억원가량을 절감하고, 특히 2012년까지 간부직원의 74%를 교체하겠다는 내용은 인적 쇄신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LH는 이번에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14년부터는 사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투입 대비 회수하는 자금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액도 매년 6조~10조원 줄어든다. 부채 증가 속도가 느려져 금융부채가 2016년 153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에는 150조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LH는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사업지 구조조정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LH 재무개선특별위원회 이명호 실장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단기간에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임대주택 건설비 지원 등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단국대 부동산학과 김호철 교수는 “정부 지원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구조조정 대상 사업지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정상화 방안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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