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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 차세대 디자인을 선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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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양하
한샘 회장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떤 디자인이 각광받게 될까. 한·중·일 시대를 반영한 디자인, 친환경 디자인,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 시장을 지배한 것은 서구의 디자인이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아무리 생활이 서구화된다고 해도 서양 문화에 맞춘 디자인은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 하지만 과거의 동양적 디자인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도 현대화된 동양인의 삶에는 맞지 않는다. 동·서양의 장점을 결합한, 혹은 그 둘 모두를 넘어선 새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한샘의 디자인 연구소인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DBEW(Design Beyond East & West) 디자인센터’는 현대적인 직선의 유리상자형 서양식 건물과 동양의 전통적 곡선을 드러낸 기와 양식의 건물이 결합된 형태로 지어졌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고 비어 보이지만,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자연경관을 넘치도록 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DBEW 디자인센터도 이 점을 살리려 노력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넓은 숲이 시야를 꽉 채운다. 서울 한복판에 숨겨져 있는 창덕궁의 후원이 숲의 정체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사실 오래전부터 한국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한국 디자인의 정수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공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네모반듯하고 소박한 석가탑과, 화려한 곡선의 다보탑은 닮은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만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한다는 듯 불국사 앞마당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친환경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미국 인구가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원은 25%를 쓰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이런 산업화 모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이는 세계적 재앙이 될 것이다.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미래의 디자인은 이런 생활방식의 방향과 틀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자인도 필수적이다.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디자인이 이런 흐름을 쫓아가는 속도는 아직 더디다.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자인 솔루션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탈리아 디자인의 성공 사례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 정책과 대학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했고, 각종 디자인 공모전 등을 통해 우수 디자이너의 발굴이 이뤄졌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경쟁력을 높였고, 기업은 디자이너와 협력해 만든 성공적인 제품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언론도 이들 각 주체의 활동을 홍보하고 연결했다. 이탈리아 디자인이 오늘날 서구 시장을 제패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한국은 우리가 강한 디지털 분야를 잘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한샘의 경우 한·중·일 시장을 아우르는 디자인 웹진을 통해 유용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공모전을 통해 더 많은 우수 디자이너들을 발굴할 계획을 갖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자인을 강화하려면 강의실이 필요 없는 온라인 디자인 교육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디자인 관련 정보를 집대성하고,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축도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한국 디자인 산업도 분명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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