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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서 소중한 체험]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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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비교과활동을 준비하는 중·고교생이 많다. 입시 일정에 쫓겨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이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비교과활동 중에서 국제적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제도는 전 세계 127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8년 시범운영이 시작돼 현재 70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다.

글=정현진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서울 신당5동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에 함께했던 김진아(서울 풍문여고 3)·강한솔·안세희씨(왼쪽부터)가 서울 성동고 벽화를 소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청소년이 주축 돼 지역사회 변화 이끌어 내

“벽화 그리기를 제안했을 때 100명 넘게 사람이 모였어요. 청소년의 작은 힘으로도 우리 동네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지난달 30일 제4회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포상식에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은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한 강한솔(22·여·경원대 아동복지학 2)씨의 말이다. 그는 “포상제를 통해 ‘청소년 네트워크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은 2008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신당5동 거리 정화운동이다. 신당동 예수마을교회에 다니던 중·고교 학생들과 청년들이 포상제를 함께 시작하며 봉사활동으로 거리 정화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것. 중국어 회화·영어 일기 쓰기 등 다양한 자기계발 종목을 각자 진행하는 학생들이 거리 정화운동이라는 한 가지 봉사활동으로 같은 팀이 됐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지역에 위치한 다산공원 거리 청소부터 벽화 그리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지역 인근 중·고교에 연락을 취하고 봉사활동 관련 사회단체 등 인터넷 홍보로 사람을 모았다. 2008년 11월 서울 성동고에 1㎞ 길이의 벽화를 그릴 때는 100여 명이 모이기도 했다. 이렇게 3년여 동안 10여 건의 벽화 그리기가 진행됐다. 인근 광희동 주민센터에서도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이런 청소년들의 활동은 주민센터와 지역 주민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2009년 서울시 동자치회관 평가에서 신당5동이 최우수동으로 선정됐고, 학생들에겐 벽화 그리기 사업 지원금 1000만원이 지원됐다. 지역 주민들은 청소년 유해업소 근절운동에 나서 서명운동·테마거리 조성 등을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거리 정화운동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포상제 활동으로 내게 맞는 진로·적성 찾아

이진혁(19·세종대 신문방송학과 1)씨는 고 3 1년 동안 포상제 활동으로 자신의 진로·적성을 찾았다. 평소 방송·신문 등 언론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진학 목표로 삼아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씨는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미디어 비평을 해보기로 했다. 막연한 관심에서 무엇이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옮겨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입시 준비로 바빴지만 목표를 뚜렷이 하고 싶었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을 비교하고 분석하면서 언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죠. 관심 분야가 확실해지니 진학에 대한 목표도 확고해졌어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에 함께했던 안세희(24·여·서울 도선동)씨도 이 활동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았다. 플로리스트(꽃 장식가)에 관심을 가졌던 안씨는 민간·국가 자격증을 목표로 2년에 걸쳐 자기계발 활동을 해 동장·은장 자격증을 취득했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담당관으로 활동 중인 탁틴내일 이수진(37) 팀장은 “활동 전 한 달 동안 사전상담으로 주·월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담당관과 함께 세운다”며 “처음 활동을 하더라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의 성향과 성격, 특기 등에 맞춰 적합한 활동을 찾는다. 담당관과의 상담을 통해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 각 영역별로 지도자를 선정한다. 지도자는 참가자 활동에 함께 참여하며 관리·평가할 수 있는 학교 교사 등 전문성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된다.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 실천과정과 결과를 포상활동기록부(www.koraward.or.kr)에 매주 기록해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담당관·지도자가 매주 활동을 평가한 의견을 첨부해 남은 목표까지 계획과 활동에 대해 수시로 점검한다.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입회비 2만원과 단계별 1만~3만원의 비용만으로 참가할 수 있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1956년 영국에서 시작된 청소년 자기성장활동 프로그램(에든버러 공작상). 전 세계에서 만 14~25세의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기계발·봉사활동·신체단련·탐험활동 등 4개 영역에서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포상담당관의 인증을 받아 실천 내용을 기록한다. 성취 수준과 활동기간에 따라 국제포상협회가 동장(3개월 이상)·은장(6개월 이상)·금장(1년 이상)을 수여한다. 현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www.kywa.or.kr)이 전국 500여 지역 기관과 함께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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