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호재에도 시장은 눈치 보기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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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재건축의 경우 하반기 들어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상반기 하락폭을 만회하기는 부족했다.

재개발 시장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주택시장 침체 여파 속에 지분 가격이 줄곧 안정세를 보였다. 간간히 분양된 뉴타운 등 재개발 단지 물량은 그나마 인기를 끌었지만 예전처럼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서는 공공관리제가 본격 시행됐다. 사업의 투명성을 높여 추진 속도를 높이고 주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시행 초기 여러 문제가 노출되며 오히려 사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마•주공5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올 상반기 재건축 시장에는 일대 ‘사건’이 있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화두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4424가구)가 3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 아파트는 규모나 입지 면에서 강남권 중층(10~15층) 재건축 단지의 대장주 역할을 하는 단지로, 2002년 안전진단의 문을 두드린 지 8년 만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것이다.

5월에는 역시 강남권의 또다른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가(3930가구)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78년에 입주한 이 단지가 재건축되면 이미 완공된 잠실1~4단지와 함께 대규모 아파트촌이 완성된다.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적었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 주변 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강남권 저가 재건축 급매물이 거래되는 등 물건이 소진되며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아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본격 회복세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 올 3월 8년만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재개발, 기준 용적률 20% 상향에도 잠잠

서울시 3월 일반주거지의 정비사업 기준 용적률을 20%포인트씩 높이는 서울시 정비계획 기준 조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1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용적률이 170%에서 190%로, 2종 지역과 준공업지역은 각각 210%와 230%로 상향됐다.

관리처분 이전 단계 재개발 사업지는 자치구에 사업계획변경 신청을 하면 기준용적률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용적률 증가분은 모두 전용 60㎡ 이하 중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 일반분양 할 수 있어 분양 수익 증가로 사업성은 좋아진다.

하지만 기준 용적률 상향 조정에도 재개발 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3월 정비계획 기준 조정안이 시행된 이후 주요 재개발 단지들이 기준 용적률을 올리기 위해 기본계획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주변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분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재개발 단지들의 일반분양도 대거 미뤄졌다. 이 때문에 내년 재개발 분양 물량이 크게 늘 것 같다. 일단 올해 분양하려다 미뤄진 단지들이 내년 분양할 전망이지만, 주택시장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관리제, 정착하려면

서울시는 7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할 때 구청 등 공공기관이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과정을 관리하는 공공관리제를 도입했다. 적용되는 단지는 서울 전체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63%인 443곳이다.

그런데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로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준비 소홀 등으로 공공관리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부담을 늘리고 있어 반발이 심하다.

설계업체 입찰방식 등이 바뀐 때문이다. 조합 운영비도 늘어났다. 민간이 주도할 때는 시공사의 보증을 통해 연리 5%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이제 시공사 선정이 사업승인 이후로 늦춰지면서 신용대출로 연 5.8% 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의 준비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15곳만 공공관리제 전담부서가 있다. 그나마 상당수는 기존 부서의 명칭을 바꾼 데 불과하다. 건설사 대신 조합이 일일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서울시는 제도가 정착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투명해지고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개선 등을 통해 제도가 자리 잡으면 지금보다 사업 속도가 빨라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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