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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의회 여성의원 3총사 … 살림꾼 역할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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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통해 아산시의회 여성의원 3명이 입성했다. 모두 초선이다. 3명 중 한명은 지역구 출마를 통해 다른 2명은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들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초선에…더 더욱 여성이라니”하며 혀를 찼다. 12월 올해 회기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3명의 여성의원을 만났다.

장찬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선거를 치르고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를 마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당초 여성의원 3총사를 바라보던 우려의 시각은 사라졌다. 오히려 “남성 의원들보다 낫다”는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 시의원으로 6개월. 김영애 의원(민주당·비례)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예산심의를 마치고나니 이제 뭔가 좀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느라 공부를 많이 했는데…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윤금이 의원(민주당·도고, 신창, 온양4동)은 “내가 왜 시의회에 와 있는지 가치정립이 필요했다. 시의원이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제야 비로소 시의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애 의원(자유선진당·비례)은 “막상 시의원이 되고 보니 봉사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보다 관심 분야가 많아진 게 달라진 점이다. 불 꺼진 가로등 하나, 파헤쳐진 보도블록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일까. 김 의원은 모종동 농로에 벤치 6개 설치한 일을 꼽았다. 이 모종동 농로는 많은 동네 노인들이 산책길로 사용한다. 보통 왕복 30~4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중간에 쉴만한 의자가 없어 민원이 있던 곳이다. 이 밖에도 보다 쉽게 민원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행정부에 구술 전자시스템 도입을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도 성과다.

 윤 의원은 아산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부족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평생교육사 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의 편차가 너무 심하다는 사실도 알게 돼 시정을 요구했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도로 교통 분야에 많은 일을 했다. 녹색어머니회 경험을 십분 살렸다. 도서관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행정부를 압박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재래시장과 농어촌체험마을에서는 일일이 현장을 돌며 문제점을 찾아내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여성 시의원으로서 한 일과 장점은 무엇일까. 김 의원은 “행정감사를 앞두고 조사해 본 결과 여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위원회조차 남성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 아산에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다. 아산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에 여성공무원을 포함한 여성들의 참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여성은 모성보호본능 같은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반면 뇌물이나 금품수수 같은 비리를 겁낸다. 또 살림을 하다 보면 돈 쓰는 것에 예민하다. 여성 시의원이 많아지면 아산시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나 광역·기초의회 모두 다툼이 많은 곳이다. 여성의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선배 여성의원들이 없다는 점이다. 재선 여부를 떠나 후배여성 의원을 위해 4년 동안의 의정활동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 물려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3총사의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김 의원은 “4년 내 초선이지만 초선의원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듣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민 가까이에서 항상 귀를 열고 있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아산 교육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싶다. 학교뿐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 학습하고 노력하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길 바란다. 민주주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 4명이 함께 공부하고 각자 전문 분야를 나눠 현장을 누비고 감사자료를 요청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내년 여름엔 강당골 유원지를 누빌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이들 여성의원 3명은 한결같이 남편과 자녀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밥 하고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는 것 말고 아내가, 엄마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든든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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