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한국 소령 스파이 활동” 1년 구금 뒤 추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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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중국에 체류하던 한국군 영관급 정보 장교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1년 넘게 구금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의 정보 소식통은 27일 “핵·미사일을 비롯한 북한 관련 정보를 담당해온 조모 소령이 지난해 7월 10일께 랴오닝성 선양에서 중국 안전부 요원들에게 체포됐다”며 “조 소령은 중국 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1년 넘게 복역한 뒤 지난 9월 말 한국 측에 인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당국은 한국군 정보기관 소속인 조 소령이 중국 인민해방군 대교(대령)와 접촉해 북한 관련 군사기밀을 입수하려 했다는 이유로 간첩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국 공안당국은 먼저 체포한 대교를 이용해 조 소령을 약속장소로 불러낸 뒤 정보활동 증거를 잡아 긴급 체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소령이 체포되자 한국 정부는 한·중 간 외교관례 등을 들어 추방 형태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재판에 회부했다.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조 소령을 강도·사기범 등 다른 한국 범죄자들과 함께 범죄인 인도 형식으로 한국으로 보냈다”며 “정보활동을 이유로 적대국이 아닌 나라의 현역 장교를 이례적으로 장기 구금하고 잡범 취급을 한 데 대해 국내 정보요원들 사이에 상당한 반발이 일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소령에 대한 대응은 한·중 양국 정보당국이 정보활동을 둘러싼 외교마찰을 해결해온 관례에도 어긋난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양측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위 정보당국자가 상대국을 방문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 해당 인사를 추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조 소령이 체포된 시점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행위로 우리 정보요원들에게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수집 강화 지시가 내려진 때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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