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의 고뇌 … 최태원, 세대교체로 정면돌파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세대교체형 인사라는 승부수는 어떻게 될까. 사진은 지난해 2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9 SK 핸드볼 큰잔치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최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50) SK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룹의 세대교체 인사다. 침체된 그룹의 활로를 찾기 위해 조직을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4일 김신배 SK C&C 부회장, 박영호 SK㈜사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그룹의 대표적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교체했다. 그 자리엔 실무를 꿰뚫고 있는 50대 초반 인사들을 발탁했다. 자신의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부회장단을 이끌게 했다. 최 회장이 동생인 최 부회장의 밀도 높은 보좌를 받으며 자신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인사와 조직혁신은 그룹이 처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최 회장의 각오는 대단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선언했다. 파부침주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의미로 돌아가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질 때 쓰인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약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에게 올 한 해는 쉽지 않았다. G20(주요 20개국) 비즈니스서밋에서 국내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녹색성장 분과 컨비너(의장)를 맡는 활약을 펼쳤지만, 그 뒤에는 중국 사업의 부진과 그룹 계열사의 성장 정체라는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중국사업 강화를 위해 중국에 흩어져 있던 각 사업 분야를 통합해 7월 설립한 ‘SK차이나’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회장이 “(SK차이나가 있는) 베이징은 서울과 더불어 그룹의 ‘헤드쿼터’(본사)를 맡게 된다”고 말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SK차이나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룹 안팎에선 ‘중국사업 회의론’까지 나돌았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달 “가시적 성과가 없으니 걱정은 할 수 있겠지만 10년, 15년 전에도 그런 우려는 있었다. 중국 사업은 3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주력 계열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SK텔레콤은 경쟁사의 공세와 새로운 사업모델의 부재로 정체이고, SK에너지도 아스팔트 등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국세청의 SK텔레콤 세무조사까지 더해졌다. 앞으로 최 회장은 젊고 참신한 CEO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룹의 면모를 과감한 도전형 조직으로 일신해갈 것으로 보인다.

 사장으로 승진해 PR어드바이저를 맡은 권오용 현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성장과 글로벌리제이션(국제화)이라는 두 가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력을 대폭 높이려는 인사”며 “이를 위해 보다 젊은 CEO들이 전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SK그룹 CEO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6.9세에서 55.5세로 낮아지면서 올해 50세인 최 회장과의 연령차가 더욱 좁혀졌다.

 신설된 부회장단은 지난 10여 년간 정보통신 분야를 주축으로 SK의 성장을 주도해온 계열사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됐다. SK는 부회장단의 역할에 대해 “최정예 브레인 집단으로 경영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수뇌부라는 것이다. 부회장단은 최태원 회장 보좌와 함께 후계자 발굴·양성 및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찾게 된다. 산하에 ‘G&G(Global & Growth) 추진단’과 ‘기술혁신센터(TIC)’를 뒀다. 사장급 인물이 책임자다. 이에 따라 부회장단을 이끄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염태정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SK 대표이사회장
[現] SK에너지 대표이사회장
[現]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제23대)

1960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