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부 떠나 거리의 삶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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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빈곤층 출신이라는 사실이 숱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나의 꿈과 희망은 서민의 영혼과 가난,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 낼 수 있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왔습니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TV와 라디오를 통해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브라질 여론 조사기관인 이보페가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사상 최고인 87%를 기록했다.

 룰라 대통령은 11분가량의 연설에서 “이제 정부를 떠나 ‘거리의 삶’을 살 것”이라며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2014년 대선 출마 여부를 포함해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국민이 앞으로 나의 미래가 아닌 브라질의 미래에 대해 묻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상징하는 휘장은 첫 노동자 출신 대통령에서 첫 여성 대통령에게 넘겨질 것”이라며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룰라 대통령은 “8년간의 집권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은 이전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고, 15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외환보유액도 집권 초기보다 10배 많은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빚도 다 갚았다”고 말했다. 또 2800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고 3600만 명이 중산층에 편입됐으며,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등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1300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간 사실도 들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경제·사회적인 성장을 이뤄 냈고 빈곤 퇴치에 성공했다”며 “이제부터 세계는 물론 우리 자신에게도 브라질이 더욱 성공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줘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날 방송 내용은 지난 20일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에서 사전 제작됐다. 브라질 언론은 룰라 대통령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깊은 감회에 젖거나 눈물을 보여 제작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고 전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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