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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법 위에 군림한 죄’ 120억 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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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지사의 행정심판과 대법원 확정판결을 무시하고 15년 동안 ‘골프연습장 허가 취소’를 고집하던 경기도 성남시가 피해자에게 약 12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0부(부장 장석조)는 장모(71)씨가 “1995년 분당에 골프연습장 개설 허가를 받았는데도 시의 방해로 짓지 못해 128억7000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성남시는 장씨에게 98억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96년 이후 경기도가 골프연습장에 대한 성남시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행정심판을 세 차례나 내렸고, 장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2004년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승소했는데도 계속 골프연습장 관련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성남시가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자를 포함해 성남시가 배상해야 할 돈은 120억원이 넘는다.

 장씨와 성남시는 15년 넘게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장씨는 95년 1월 성남시로부터 분당 이매동 사거리 부근에 골프연습장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 달 시에서 “인근 군부대가 동의하지 않는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장씨가 군부대의 동의를 얻어 다시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그해 11월 장씨는 경기도에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96년 3월 경기도가 장씨의 손을 들어주자 그는 다시 성남시에 골프연습장 허가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97년 경기도가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성남시에서 응하지 않자 이듬해 경기도는 골프연습장 및 진입도로 시행 허가에 대해 직접 처분을 했다. 그러자 성남시는 헌법재판소에 “경기도가 성남시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99년 헌재는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성남시는 계속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장씨가 2002년 네 번째 허가 신청을 냈지만 또 거절당했다.

 2002년 장씨는 수원지법에 “성남시의 불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경기도의 처분이 유효하다”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듬해 항소심에 이어 2004년 대법원에서도 장씨는 승소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2006년 7월 장씨는 “성남시는 골프연습장을 열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120억원을 지불하라”며 소송을 냈다. ‘세워지지 않은 골프연습장’의 이익은 어떻게 계산했을까. 충남대 회계연구소는 119타석 규모였던 설계도면과 인근 골프연습장의 회전율, 회원 수, 연간 가동일수 등을 근거로 금액을 산출했다. 법원은 개업 초기 위험부담을 고려해 이 금액에서 20%를 공제해 피해액을 정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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