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협, 현대그룹에 현대건설 안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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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엔 현대건설을 팔지 않기로 했다.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주주협의회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문제와 관련해선 현대그룹에 협조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현대차에 넘어가더라도,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우리은행 등 9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는 지난 17일 상정한 4가지 안건에 대한 동의서 접수 결과를 20일 이같이 발표했다. 우선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하는 안건은 통과됐고, 현대그룹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이로써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무산됐다.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지 여부를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안건도 통과됐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21일부터 현대차그룹 실무자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언제 정식 안건이 올라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이 MOU를 맺은 뒤 납부한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 처리 문제는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3곳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다면, 주주협의회는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 등 후속 조치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협상 대상자의 잘못으로 MOU가 해지될 경우 이행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지만, 매각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이를 돌려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주주협의회는 또 “현대그룹 측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주주협의회에 참여한 금융회사들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협의회 내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이 중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원배·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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