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구조조정 주요내용과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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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고통을 동반하는 결단입니다. 현실을 직시, 타협을 배제하는 것만이 부활에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르노와의 제휴로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일본 닛산(일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공 최고집행책임자(COO)는 18일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밝혔다.

그는 "계획을 성공시키기위해 어느 정도로 많은 노력과 고통, 희생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달리 선택이 없기 때문에 계획에 도전하는데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이 이날 밝힌 오는 2002년 3월까지 3년 동안의 구조조정계획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일찌기 일본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례가 없는 가히 혁명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주력 완성차 조립공장인 무라야마(촌산) 공장을 비롯해 국내 5개 생산거점을 폐쇄하고 그룹 전체 종업원의 약 14%에 해당하는 2만1천명을 삭감한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 부품업체도 현재의 1천145개사를 600개사로 줄이고 구매 비용을 20%삭감하는 한편 현재 보유중인 1천394개사의 주식도 4개사만을 제외하고 모두 처분할 계획이다.

닛산은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이자를 물고 있는 부채 1조4천억엔을 절반인 7천억엔으로 낮추고, 생산능력도 현재의 240만대에서 30%가 감소된 165만대 수준으로 줄이게 된다.

닛산은 이번 계획으로 7개의 완성차 공장 가운데 4개만 존속시키게 되며, 4개의부품공장도 절반으로 줄게 된다.

폐쇄될 공장 가운데 무라야마 공장은 종업원 3천100명에 연간 생산능력 40만대이다. 단위공장이지만 닛산과 제휴한 한국의 삼성자동차가 당초 목표로 했던 풀가동시의 생산능력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구조조정은 닛산 그룹내의 종업원 정리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까지를 감안할 경우 일본 전체의 국민경제에 파급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닛산의 조치는 세계적인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손을 잡는 등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시장의 흐름에다 국내시장의 판매부진으로 적자가 누증되고 있는데 따른 생존대책으로 풀이된다.

닛산은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지난 91년 6.6%를 정점으로 내리 하강곡선을 그으며 지난해는 4.9%까지 하락, 만성적인 적자체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여왔다.

지난 3월 르노와 자본제휴한 닛산은 시장경제 원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르노측의 강력한 의사에 따라 지난 62년부터 27년간의 역사를 자랑하는 주력 공장마저 과감하게 폐쇄하는 단안을 내린 것이다.

거액의 부채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진단받은 삼성자동차가 시장원리에 의하지않고 정치적인 논리로 질질 끌려가며 처리가 지연돼 해당 기업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민적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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