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시동 건 박근혜 “사회보장제도 통째로 바꾸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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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이 시점에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이다.

박 전 대표는 20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회의실에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자신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직접 공청회를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법안에 관심도 많았고 애착도 크다는 방증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법안을 1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원래는 재정 관련 법안을 이른바 ‘1번 타자’로 내세울 생각도 있었지만 ‘한국형 선진복지국가’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신념이 워낙 강해 순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번 법안이 단순한 부분 개정안이 아니라 ‘전부’ 개정안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통째로 바꿔보겠다는 박 전 대표 의지의 표현이자, 이후 펼쳐질 치열한 토론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참모는 “복지라는 화두가 이미 식상한 주제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보수 진영에선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중도와 부동층도 무상급식 등 복지 관련 이슈에 특히 민감한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형 선진복지국가’ 야심찬 청사진
박 전 대표는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뒤 3년 넘게 ‘근신모드’를 유지해왔다. 경선 결과에 승복한 입장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대신 그는 ‘열공’ 모드를 유지했다. 분야별로 자문그룹을 꾸려 ‘기초학습’을 마쳤고 일부 주제에 대해서는 ‘심화 과정’까지 소화했다. 한 측근 의원은 “2012년 대선을 2년 앞두고 이젠 대선 레이스의 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왔다는 게 내부의 공통의견”이라며 “3년을 새롭게 준비한 만큼 훨씬 치밀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폭과 속도에 대해서는 “내년 초부터 치고 나갈 것”이란 전망과 “내년 상반기까진 웜업(몸풀기) 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것”이란 예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후자가 우세한 형국이다. 한 참모는 “더 자주, 더 폭넓게 만나는 것 외에 당분간은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선 레이스의 조기 과열을 우려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의 감세 철회 시도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논쟁”이라고 비판(본지 12월 12~13일자 10면)했지만 일절 언급을 자제하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변수는 타이밍이다. 첫 공청회가 열리는 20일은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 방침에 북한군이 ‘자위적 타격’ 운운하는 등 군사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할 시기다. 예산안 처리 후폭풍에 여권 내부도 뒤숭숭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국정장악의 고삐를 더욱 굳게 틀어쥐고 있다. 친이계의 견제도 점차 표면화하고 있다. 안팎의 시련을 뚫고 나갈 박 전 대표의 수읽기 내공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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