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상파TV ‘기득권 지키기’ 허용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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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KBS·MBC·SBS·EBS 등 지상파 TV방송 4개사가 그제 ‘시청자서비스 강화 공동사업 추진 협약식’을 열고 다채널방송서비스(MMS) 사업과 디지털방송 수신환경 개선사업 등에 공조하겠다고 나섰다. 명분은 좋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상파TV가 그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MMS는 2013년에 지상파TV가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될 때 여분으로 생기는 신규 채널들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전파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인데, 지상파들이 마치 사유재산인 양 자기들 마음대로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수신환경 개선도 그렇다. 그동안 KBS 등 지상파들이 난시청 해소에 얼마나 기여했다고 보나. 상당 부분 케이블TV 등에 의존해온 게 사실 아닌가. 이러니 지상파의 우월적 지위를 계속 지키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년에 지상파 다채널방송서비스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업무보고한 것을 보면 일말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상파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방통위가 ‘방송통신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시대’를 표방하면서 콘텐트 시장 활력 제고, 글로벌 미디어기업 출현 기반 조성 등을 다짐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MMS 정책만큼은 지상파의 손을 타게 해선 안 된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 국민의 선택권 확대가 기준이어야 하며, 특히 현재의 지상파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상파 독과점 구조가 다매체·다채널 시대에도 대물림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케이블TV, 위성방송,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사업신청자, 통신업계 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지 않은가.

 방통위는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전체 맥락에서 MMS 문제를 다루기 바란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파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엄연한 사실에서 출발해야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한 지상파 방송사들에 내맡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