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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성급한 해외매각으로 혼란 가중

중앙일보

입력

홍콩의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로 최종계약까지 체결했던 해태음료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부도나 법정관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등 부실기업체에 대한 성급한 해외매각 추진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금융계와 업계에서는 정부가 금융.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부실기업의 해외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원매자의 인수능력과 자금력 등에 대한 정확한 검증없이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막대한 손실만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홍콩 클라리온캐피털은 계약서상의 약정일인 지난 15일까지 해태음료 인수계약금 2천만달러를 입금시키지 않아 계약이 파기됐다.

당초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지난달 29일 최종계약을 체결하면서 5영업일 이내인 10월 6일까지 계약금을 입금하고 이로부터 1주일이 지난 15일까지도 계약금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이 파기되는 것으로 약정했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클라리온캐피털에 계약파기를 통보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으며 클라리온캐피털이 인수자금모집에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태음료는 지난 97년 11월 해태그룹 부도이후 채권단의 부채구조조정을 통한 독자회생에서 해외매각, 제3자 매각 등으로 처리방침이 오락가락했고 올들어서는 제일제당과 협상을 벌이다 인수가격이 맞지않아 무산되는 등 혼란을 거듭했었다.

이번 계약파기로 해태그룹 계열사 처리문제는 또다시 혼미를 거듭하게 됐으며 금융계에서는 채권단이 원매자의 자금동원능력이나 인수후 경영능력 등을 세밀하게 검증하지 않고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조흥은행은 계약파기에 따른 이자 등 금전적 손실과 매각작업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을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다.

특히 지난 97년 부도난 동서.고려증권의 해외매각이 혼란을 거듭하다 결국 무산된 이래 대한생명의 처리도 혼선을 거듭했으며 최근에는 힐튼호텔의 매각협상이 무산됐고 대우전자의 외자유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등 외환위기이후 부실기업의해외매각이 제대로 성사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정부나 채권단이 매각협상 전략을 다시 재점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6개 부실생보사의 처리를 비롯, 우리경제회생의 최대복병인 대우문제처리를 위해 대우자동차와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등 굵직굵직한 사업체의 해외매각이 예정돼 있다.

그나마 제일은행의 경우도 인수의향서(TOI)를 교환한데 불과해 최종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헐값매각'시비가 재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실적주의에 급급해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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