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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면 트위터, 마라톤이면 마라톤 … ‘나이를 거꾸로 먹는’ 도전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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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위터하는 이현(80)씨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모든 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허허.”

 얼마 전에 아이디가 ‘@lh6239’인 스마트폰 사용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주인공은 이현(80·경남 진주시 상대동) 할아버지. 그는 페이스북에 들어가 지인들과 소통한다. 이 할아버지는 “유행에 뒤질 수 없지 않으냐”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유명인사다. 검색창에 ‘초문골’을 치면 그의 홈페이지가 나온다. 풍경사진·음악·사자성어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 할아버지는 진주의 연암공업대학 평생교육원에서 55~83세 130여 명에게 인터넷 활용과 동영상 편집 기법 등을 강의한다. 이 할아버지는 “인터넷을 알게 되면 다른 정보를 만나게 된다”며 “시니어도 컴퓨터를 할 줄 알아야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 3모작을 하려면 취미나 봉사활동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분야에 청년처럼 도전한다.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학술·이익·시민사회단체 등에 참여하는 80대 이상 어르신은 2003년 9.9%에서 지난해 14%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80대 이상 어르신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영어 배우는 고옥엽(80)씨

 서울 강남구 고옥엽(80) 할머니는 강남구 노인복지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영어를 배운다. 고 할머니는 “신문·TV·책 어디에도 영어가 안 나오는 데가 없어 답답했다”며 “영어를 배우면서 머리가 깨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젊은 사람과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할 정도가 됐다”고 자랑한다.

서울 송파구 조모(93) 할머니도 영어 상표 까막눈이 답답해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를 공부한다.

 경기도 시흥시 김분삼(95) 할머니는 3년째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이제는 그림 영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김 할머니는 “95세 노인이 컴퓨터를 한다고 소문이 나니까 모르는 사람이 e-메일을 보낸다”며 “이렇게 사람을 사귈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노인복지관 전자연씨는 “정보화 교육이나 일본어·중국어·영어 학습 프로그램 이용자의 16% 정도가 80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극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어르신도 있다. 김종주(82·경기도 용인시) 할아버지는 마라톤 매니어다. 최근 기록은 6시간7분54초. 지난해보다 37분 단축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5㎞를 뛴다.

서울 관악구 김홍규(83) 할아버지는 ‘육상계의 전설’로 통한다. 94년부터 국내 모든 트라이애슬론(수영·사이클·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100세 넘어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새로운 삶, 힘이 솟는다

최응규 내과의원 원장이 한껏 차려입고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있다. 최 원장은 “80대를 멋지고 젊게 살기 위해 4수 끝에 면허를 따 할리를 탄다”고 말한다.

 서울 성북구 최응규(77) 내과의원 원장은 지난해 네 번 도전 끝에 대형 오토바이용 2종 소형 면허를 땄다. 수차례 넘어져 다리를 다치고 머플러에 데었다. 경기도 포천·양평 등지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고 나간다.

 “80대를 젊게 살아야죠. 늙은이 행세하면 우울증 걸려요. 젊어 보이고 얼마나 좋아요.” 최 원장은 취미가 있어야 생의 마지막까지 평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서예·비디오 촬영 등에도 열성적이다.

 봉사활동으로 3모작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 서초구 박병용(84) 할아버지는 이달 들어 어린이집을 돌며 산타클로스 봉사를 시작했다. 직장을 은퇴하고 친구 회사를 돕다 여든이 되면서 시작한 일이다. 박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참 고마운 일이라 사회에 환원하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애들한테 가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활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김기찬·황운하·이주연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최승식·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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