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주 해군기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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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주도 남방 해역은 국가의 사활(死活)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입 물동량 중 대부분이 이곳을 통과한다. 한·중·일 간의 해상 주권이 첨예하게 맞물린 해역이기도 하다. 해군 3함대가 남해 방어를 맡지만 모(母)기지를 부산에 둬 긴박한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와 해군은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모색해 왔다. 본격적인 추진은 2002년 7월 김대중 정부 시절 착수됐다.

 부지 선정과 타당성을 둘러싼 5년의 논란 끝에 2007년 5월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결정했다. 이후 강정포구 동쪽 52만㎡에 2014년까지 1조여원을 투자해 전략기동함대 기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까지 거친 이 사업은 3년6개월이 지나도록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안 된다’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운 일부 주민과 단체들의 끝없는 발목잡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8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사업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09년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했다. 소송은 졌고, 주민소환은 비용 19억2600만원만 까먹고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그러나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올 1월엔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확인’ 소송으로 공사를 또 막았다. 어제 제주지법은 이를 각하(却下)했다. “헌법상 보장된 생존권·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법률적 이익이 없어 원고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법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도(道)와 지역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소송을 통한 딴죽 걸기에 일침(一鍼)을 가한 판단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보듯 해군 강화는 우리 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해군기지가 평화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에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실을 되돌아 보라. 그간의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을 접고 제주도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