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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최악의 경제난

중앙일보

입력

파키스탄 군부는 15일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을 행정부 수반에 추대했다. 민간정부 전복이라는 국내외 비난을 무릅쓰고 계엄통치라는 초법적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이로써 지난 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네번째 군부통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조속한 민정이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전격적인 결정〓전날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파키스탄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등의 압력에 굴복, 예상보다 빠르게 민정이양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았다.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쿠데타 3일만의 비상사태 선포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과거와 달리 쿠데타 직후 계엄령이 곧바로 나오지 않았고 무샤라프도 라피크 타라르 대통령과 각계 인사들을 만나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민주적인 정부가 다시 들어설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는 14일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데 潔?15일 오전 1시 전격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헌법기능도 정지되면서 15일부터 열릴 국회도 중단됐다. 군부는 샤리프 총리의 이슬람연맹당(PML) 소속 4백여명을 출국금지시켜 계엄령 아래서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단행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 민정이양 가능성〓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선거를 통해 수립된 정부는 단지 부패와 파벌문화만 양산해 왔다" 며 "과거와 같은 민정으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 이라는 파키스탄 소장장교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지난 88년 이후 다섯번의 총선이 치러졌지만 임기를 채운 총리는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군부를 주축으로 민간 출신을 포함시키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4일 카라치에서는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30여명이 샤리프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또 샤리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쿠데타를 지지하는 듯했던 파키스탄 언론이 비상사태 선포와 이에 따른 군부통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 경제적 파장〓비상사태 선포는 벌써 심각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파키스탄이 외채 지불중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은 식량수입을 위한 외환보유고도 거의 바닥나 외부수혈 없이 경제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비상사태 선포 이전인 14일에도 파키스탄 증시는 하룻동안 7.36% 폭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중앙은행은 또 샤리프와 정부 관리들, 의원 및 그 가족들의 은행계좌를 모두 동결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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