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실책으로 자멸한 거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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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속설에는 비슷한 전력을 가진 두 팀간의 빅 게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이 승패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다. 13일 플레이오프 라이언즈 대 자이언츠의 2차전도 이 속설에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서 자이언츠는 4회말 실책과 본 헤드 플레이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어이없이 4점을 헌납하여 자멸하고 말았다.

반면 라이언즈는 4회말, 홈런왕 이승엽의 절묘한 주루플레이 하나가 호투하던 자이언츠의 주형광을 흔들어 놓는 등 4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하였고 8회말 '거인킬러' 스미스의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서 대구 홈경기에서 2연승을 한 라이언즈는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선발로 등판한 자이언츠의 '영에이스' 주형광은 완벽한 제구를 바탕으로 페넌트레이스 때 보다 훨씬 빨라진 140km/h 대의 직구와 슬라이더 등을 적절히 구사하여 초반 라이언즈 타자들을 농락시켰다.

호투하던 주형광은 4회초 선두타자 이승엽과의 대결에서 2스트라익을 잡고 놓고 실투로 데드볼을 허용한 부분이 안타까웠다. 여기에 평소 발이 느린 주자 이승엽을 전혀 견제하지 않은 것이 패배의 전주곡이었다. 머리가 비상한 이승엽은 주형광/강성우 배터리의 허를 찔러 2루 도루를 감행, 강성우의 송구실책까지 유발하고 3루까지 진루하여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되었다

스미스를 삼진으로 잡아 추스릴 기회였던 주형광에게 김한수의 바가지성 안타로 인한 실점은 허탈하게 만들었고 또한 이어 역시 잘 맞지 않은 김기태의 2루타에 김민재의 홈으로의 송구실책은 주형광을 망연 자실케 만들었다. 이어 터진 김종훈의 2루타로 주형광은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비록 구원으로 나오자 마자 폭투를 던져 어이없는 점수를 내주었지만 손민한은 완벽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4이닝 동안 무사사구 2안타만을 허용하여 자이언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라이온즈의 선발 김상진은 그렇게 뛰어난 피칭을 보여주진 않았으나 6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어 거인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았다. 직구 스피드는 빠르지 않았으나 제구가 좋았고 또한 커브의 각이 예리하여 자이언츠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련함을 보여주어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을 예고 하였다.

전날 4와 2/3이닝 동안 72개를 던져 등판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되었 던 임창용은 8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처리 '동방불패'의 이미지를 아로 새겼다.

그렇지만 임창용의 등판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연일 무리한 등판으로 임창용의 구위는 좋지 않아 다음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김현욱 등 다른 구원 투수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어 그들의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결국 기량 저하에 이른다는 사실을 서정환감독은 눈앞의 1승 때문에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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