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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나 골칫거리 된 은행잎 … 발효 퇴비로, 공원 산책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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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 강동구가 지난달부터 운영하는 ‘낙엽 퇴비장’. 은행잎 등 낙엽에 미생물 발효제를 섞어 퇴비를 만든다. [서울 강동구 제공]

가을 도심 풍경은 은행나무가 만든다. 서울시만 해도 가로수 중 은행나무 비중이 40% 이상이다. 보기가 좋을 뿐 아니라, 수명이 길고 병충해에 강해서다. 하지만 노랗게 가을을 물들이던 은행잎이 찬바람을 맞고 거리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골칫덩이가 된다. 수거한 은행잎을 딱히 쓸 곳이 없어 태우는 데 돈이 든다. 1t 당 20만원 정도다.

 이런 은행잎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은 곳들이 있다. 서울의 몇몇 구들이다. 강동구 생활경제팀은 지난달 15일 ‘낙엽 퇴비장’을 만들었다. 은행잎 등 낙엽을 모아 퇴비로 만드는 곳으로, 상일동 432-1번지의 5735㎡ 면적의 나대지에 자리 잡았다. 낙엽 1t에 미생물 발효제를 1L가량 넣어 발효시키면 질 좋은 유기질 퇴비가 된다. 창안자는 이 부서의 주성호 주무관이다. 집집마다 텃밭을 만들게 하자는 목표로 ‘도시 텃밭’ 시범사업을 벌이던 중 주민 이야기를 귀담아듣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다. 10월께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주민들한테서 “은행잎과 낙엽을 섞어 퇴비로 만들면 은행잎의 독성 때문에 작물이 병충해에 덜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수거한 낙엽은 은행잎을 포함해 1800t. 여기에 미생물 발효제를 뿌려 한창 발효를 시키고 있다. 석 달쯤 지나면 훌륭한 퇴비가 된다. 강동구는 내년 3월께 텃밭을 가꾸는 구민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연간 3억6000여만원쯤 들던 낙엽 소각비도 절감해 일석이조다. 미생물 발효제는 1L에 1만5000원으로, 1800t의 낙엽을 모두 퇴비를 만들 때 2700만원 든다. 김정숙 생활경제팀장은 “서울에 농가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고정관념이 그동안 ‘퇴비’ 아이디어를 가로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다른 구의 낙엽까지 받아서 퇴비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 서초구도 연간 1200t에 달하는 낙엽을 모아 관내 화훼농가와 인접 시·군 농가에 보낸다. 퇴비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송파구는 좀 더 목가적이다. 5년째 한류 관광 명소인 강원도 춘천 남이섬에 은행잎을 보내고 있다. 서울 대로변에서는 성가신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은행잎이 남이섬에 가면 ‘송파은행길’이라는 낭만적 산책로가 된다. 연간 1억원가량 드는 소각비용을 절감하고 송파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건강에 좋다는 은행나무 열매는 구청마다 11월께 수거해 복지단체나 경로당 등에 보낸다. 

임주리 기자

창조 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과 뉴 테크놀로지·뉴 아이템·신상품에 숨은 비밀 등을 다룹니다. 해외 조류는 물론 창의성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관련 서적, 예술 활동 등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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