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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2011 트렌드] Chasi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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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제 좀 한시름 놓은 듯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미 최악을 지났고, 서로 “너 때문에 생긴 위기”라며 삿대질하던 나라들도 조금씩 진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는 여전히 캄캄하다. 환율조작, 글로벌 불균형 문제 같은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부침(浮沈) 속도에 대한 의견도 워낙 분분해 어느 장단에 맞출지 막막하다. 한국 경제 입장에선 내년도 운세에 대해 점이라도 봐야 할 시점이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외환위기에 취약한 만큼 세계 경제 변화에 따라 모든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마침 내년도 국내외 경제 전망을 담은,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이슈별로 2011년 펼쳐질 상황을 예측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금융 감독 강화▶원자재값 상승 등 두 고수의 전망엔 겹치는 부분도 많다.

 특히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입지가 줄고 신흥국이 더 부상할 거란 사실엔 이견이 없다. 예전 같은 성장률은 아니겠지만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질 거라고도 입을 모은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선 ‘차이완’을 넘어 ‘차시아’의 시대가 열릴 것을 예견했다. 내년 3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는 중국(China)과 대만(Taiwan)이 차이완(Chiwan)이란 울타리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끌어들여 차시아(Chasia) 경제권을 형성할 수도 있을 거란 예측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신조어를 소개하며 앞으로 떠오를 신흥국군(群)을 점쳤다. 기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인도네시아를 추가한 브리키(BRICI), 일본이 주목하는 비스타(VISTA,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터키·아르헨티나), 거대한 잠재력의 아프리카·아시아를 일컫는 아파시아(Afasia) 등이다.

 자동차 업계에는 힘든 한 해가 될 거라 내다봤다.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은 끝난 탓이다. 고급차의 경우 신흥국 시장에선 매출이 늘고 선진국에선 오히려 주는 양분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내년도 한국 시장의 수입차 판매가 호조를 보일 거라고 봤다. 수입차업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다, FTA 체결로 관세마저 낮아지기 때문이다. 선진국 차업체들이 가격인상이란 악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매출은 떨어지는데 친환경차 등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오르다 보니 차 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거란 이야기다. 그러나 가뜩이나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는 차산업을 더 궁지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반면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시장에 대해선 모두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밝힌 올해 전세계 태블릿PC 예상 판매대수는 1949만대. 2011년에는 무려 5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출판·미디어 시장의 변화도 상당할 듯 하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참석자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2018년께 전자출판물 매출이 종이서적을 넘어설 것이라 답한 바 있다. 또 신문사들의 온라인 뉴스서비스 유료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단 내년 1, 2월 중 뉴욕타임스 웹사이트가 유료화된다. 수십 개의 다른 미국 신문들이 상반기 중 이에 동참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 인터넷판은 올해 이미 유료화를 강화했다. “아이패드의 등장과 함께 콘텐트에 기꺼이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성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모바일이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시장에 대한 전망도 장밋빛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국내에도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소셜커머스의 잠재력은 폭발적이다. 대형 포털, 이동통신업체까지 이 분야에 가세하면서 2011년엔 몇 개의 성공업체 위주로 시장이 정리될 수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망한다. 2000년대 온라인쇼핑몰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에선 내년 안에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등 대형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의 상장이 예상된다. 온라인 세계의 패권이 기존 포털에서 SNS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될 지도 모른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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