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기업 홍보대행사들 주문 폭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계기업 홍보대행사 메리트 커뮤니케이션스의 정윤영(34)부장. 그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하루 평균 4곳의 클라이언트(고객)들과 회의를 갖고 국내외에서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점심.저녁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주로 수일 전 약속을 한 외국계기업 관계자들과 식사를 나누며 상담을 한다.

그는 "외국기업의 홍보상담이 밀려들면서 새벽에 나와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생활을 되풀이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직원 30명인 이 회사는 대부분 외국업체인 23개사의 홍보를 맡으며 지난해 71억원 매출에 1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1년10개월. IMF 이후 외국기업 대상 홍보대행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개방과 한국기업 인수.합병(M&A), 합작투자 등 형태로 외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홍보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 올들어 지난달까지만 외국인투자는 1천3백56건, 85억달러로 지난 한햇동안의 실적(1천4백건, 88억달러)에 이미 육박하고 있다.

89년 설립된 메리트 외에 최근에는 뉴스커뮤니케이션과 KPR.엑세스 등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도 많다.

뉴스컴은 설립 2년반 만에 약 30개 외국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월마트.크라이슬러.시스코.피자헛 등 블루칩 회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국제통인 윤혜미(40)사장이 이끄는 엑세스는 직원 15명에 AT&T.캘빈 클라인.에비앙.록히드 마틴.모건 스탠리.미국육류수출협회 등 10여개 우량기업이 고객이며, 옴니콤 그룹 산하 홍보대행사와 국제 제휴관계도 맺고 있다.

신설업체도 속속 등장하며 직원 5명 이하의 미니 홍보대행사들도 성업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마스터커뮤니케이션이 생겼고 8월에는 글로벌커뮤니케이션스란 업체가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PR협회에 따르면 1년여 전만 해도 20개 정도였던 관련업체가 지금은 40개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기업은 현재 약 3천7백곳. 이중 자체 홍보기능이 있는 곳은 약 25곳뿐이며 국내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도 1백20여곳에 불과해 외국기업 홍보가 일종의 신천지가 되고 있는 것.

단순히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홍보에만 그쳤던 그간의 홍보 영역도 변화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외국기업 대상 홍보 노하우를 살려 국내업계 또는 공공기관의 해외홍보 대행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메리트의 경우 지난해 IMF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국가신인도 재고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는 문화관광부의 새천년준비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과 관련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홍보대행사의 주류업계 대리전은 그 대표적인 경우.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소주세율을 위스키처럼 올리라는 권고를 해오자 이내 행동에 들어간 것.

OB맥주 등 맥주3사는 메리트에 공동 홍보대행을 맡겨 이 기회를 이용해 알콜 도수가 가장 낮은데도 불구하고 1백30%의 고세율을 물고 있는 맥주에 대한 세금을 낮출 것을 주장했다.

메리트는 이를 위해 각종 미디어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벌였으며 한국공공경제학회 주최의 주세법 개정 토론회도 준비하는 등 전방위적 홍보에 나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법안은 결국 맥주세율을 매년 10%씩 3년에 걸쳐 30%를 낮춘다는 내용으로 상정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