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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심사위원, 중국 지아 장커 감독

중앙일보

입력

영화 〈소무〉를 연출한 중국의 지아 장커(30)감독이 최근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의 연출 특강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13일 특강을 마친후 14일부터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부산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한 그는 홍콩.중국의 민간자본으로 만든 16mm 저예산 영화 〈소무〉 한 편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벤쿠버영화제 황금용호상.낭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세계 영화계에 '새로운 발견'으로 부상했다.

〈소무〉 는 거리를 배회하는 한 소매치기 청년의 일상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스며드는 중국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5세대 감독들의 영화에서 무궁무진한 영화의 '가능성' 을 깨달았지만 그들의 영화는 중국의 현실과 멀어지면서 변질됐다" 며 5세대 감독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지아 감독.
9일 영화아카데미 강의를 마치고 기자와 마주 앉은 그는 지난 5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장이모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도 "그 영화는 내게 별로였다" 며 고개를 가로저어 눈길을 끌었다.

- 다시 한국을 찾게돼 반갑다. 영화아카데미에서 워크샵 강의를 맡은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한국영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중국에선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꽤 높다. 나는 지난 93년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출품된〈서편제〉(임권택 감독)를 통해 한국영화를 처음 접했을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특히 젊은 프로듀서들과 젊은 감독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많은 영화인들을 만나볼 생각이다. "

- 〈소무〉가 검열때문에 정작 중국에선 개봉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겐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공식적인 개봉이 아니더라도 대학이나 카페 등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에 홍콩 자본이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홍콩에서 투자했으므로 홍콩영화라는 것이다. 지금 중국영화계가 풀어야 할 가장 문제가 바로 검열이다."

- 검열의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가 변하고 있는데 검열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검열에 원칙이 없다는 거다. 최근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영화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원칙없는 검열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는 중국영화가 바뀌기를 바라지만 우선은 중국이 바뀌기를 바란다. "

- 할리우드에선 중국 시장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다.
"2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가 공식 상영되기 시작했다.〈타이타닉〉은 다른 영화 요금의 5배였는데도 대흥행을 기록했다. 할리우드식 '볼거리' 때문에 중국 독립영화가 점점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

- 〈타이타닉〉을 보았나.
"보고 싶지 않아서 안봤다. "

- 앞으로의 계획은.
"두 번째 영화 〈플랫폼〉(홍콩.일본.프랑스 공동투자)을 찍은 다음엔 실직한 노동자들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찍을 계획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영화는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된다고 본다. "

"두 번째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당국과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인내력을 키워왔다" 고 말하는 지아 감독. 한국영화 '쉬리' 의 흥행소식이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한국 사람들의 얘기를 담아낸 한국영화가 건재해야 하듯 중국엔 중국영화가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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