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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거짓말하는 정부 가장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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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경찰에 체포된 줄리안 어산지는 호주 일간지 기고문에서 “위키리크스는 대중이 알아야 할 사실을 두려움 없이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일자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실린 기고문에서 위키리크스를 호주 언론인 케이스 머독(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버지)에 비유했다. 케이스 머독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무능한 영국군 지도부에 의해 수천 명의 호주군이 희생된 갈리폴리 작전을 폭로했다. 어산지는 “갈리폴리 작전이 폭로된 때로부터 한 세기 후 위키리크스 역시 공개될 필요가 있는 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사회는 위키리크스처럼 정부의 거짓말을 감시하는 강력한 미디어를 필요로 한다. 위키리크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적 저널리즘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신문이 폭로 내용을 보도하지만 위키리크스만 미국 정부와 그의 시종들로부터 가혹한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위키리크스가 수많은 인명과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비판에 대해 그는 “위키리크스는 4년간 정부의 많은 잘못을 폭로해왔지만 특정 개인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어산지는 “정당한 전쟁은 지지하지만 전쟁에 대해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정부가 가장 나쁘다. 그들(정부)은 국민이 내는 세금과 국민의 목숨을 사선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그는 “스웨덴과 미국의 관계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밀접하다”고 밝혀 자신에 대한 기소 배후에 양국 정부 간 모종의 협의가 있음을 암시했다. 어산지는 1971년 미국 대법원이 베트남전 기밀인 ‘펜타곤 페이퍼’의 보도 권리를 인정한 판례를 거론하며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혼란으로 언론의 진실 보도 권리에 대한 당위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호주 정부도 거론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지난달 말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는 극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어산지는 “길라드 정부는 외교·정치 비리가 드러날까 봐 진실을 알리는 사람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고 퍼부었다.

 한편 어산지는 체포 전 지난 몇 달간 런던의 언론인 클럽에 근거를 두고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런던 소재 언론인 클럽인 프런트라인클럽의 설립자 본 스미스는 “언론인들과 항상 접촉할 수 있는 독립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작업하기에 안전한 장소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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