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 백화점에 납품 말라' 각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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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창사 20주년 기획상품전을 준비하면서 경쟁 백화점에 납품하지 말 것을 제조업체에 요구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정백화점이 다른 백화점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위배 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9월 협력업체에 `롯데백화점 창립 20주년축하 공동기획 이행각서'를 발송, 10월 7일 오전까지 제출토록 했다.

롯데의 창립 기념행사는 창립일인 11월15일을 전후해 한 달간 지속된다.

롯데는 각서에서 각 협력업체가 공동기획상품으로 내놓을 품목과 정상가격, 기획가격, 예상판매가격, 수량 등을 적어내도록 하고 `공동기획 상품 준비기간 동업계에 정보유출을 하지 않겠으며 행사 기간 타 백화점에 동일상품을 중복 납품하거나 유사상품 및 동일가격 상품을 납품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을 명시하고있다.

롯데는 특히 이 각서에 협력업체 대표나 실무책임자의 인장과 자사 영업책임자의 인장을 함께 찍도록 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국내 최대 백화점인 롯데의 요구는 초법적인 조치와 같은횡포"라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납품 길이 막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롯데의 행사가 종료된 뒤 재고가 남을 경우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재고처리 시점을 놓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 현대. 뉴코아. 삼성플라자 등 경쟁백화점들은 "롯데가 11월 행사물량을사실상 독점, 판매물량 확보가 불가능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특정 백화점이 이같은 횡포를 부려도 상대적 약자인 협력업체가 조사에 응해주질 않아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조사에 착수, 불공정거래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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