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얻은 게 없다” … 중 “한, 중국 의존 낮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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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준공된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쏘렌토R을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연 3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 앨라배마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두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에 대한 미국과 중국 주요 언론의 시각이 크게 엇갈렸다. 미국 언론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2007년 협정에 비해 얻은 게 없다’고 평가한 반면 중국 언론은 한·미 FTA 체결로 한국 외교가 더욱 미국 위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얻은 게 없다”=월스트리트 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드디어 타결된 한·미 FTA’라는 사설을 통해 미국 의회와 정부에서는 축배를 들고 있지만 내용을 따져 보면 미국 입장에서 얻은 게 없다고 주장했다. 겉으로 보면 남는 장사처럼 보이나 경쟁국과 비교하면 미국에 이익이 될 게 없다는 얘기다.

 WSJ는 우선 자동차협상부터 따졌다. 2007년 협정에선 한국이 FTA 발효 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8%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엔 4년 동안은 4%로 낮추고 이후 없애기로 했다. 이에 비해 내년 7월 발효 예정인 한·유럽연합(EU) FTA에선 유럽산 자동차 관세를 발효 즉시 4년에 걸쳐 2%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애초 협정대로였다면 미국산 자동차는 유럽산에 비해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번 추가협상으로 그런 기회를 날렸다는 것이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다. 이번 추가협상으로 한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를 2년 늦췄다. 이로 인해 칠레산 돼지고기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공략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산업계의 걱정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더욱이 유럽산 돼지고기 관세가 2년6개월 뒤면 없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축산농가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게 WSJ의 전망이다.

 ◆“중국, 한·미 동맹 강화될 것”=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6일 인터넷판에서 한·미 FTA로 양국 관계가 심화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됨으로써 양국의 동맹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한·미 동맹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체결된 한·미 FTA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며 이를 통해 안보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한국 언론의 평가도 소개했다. 중국중앙TV(CC-TV) 등 다른 언론들은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했지만 양돈과 제약 분야에서는 반대급부를 챙겼다는 내용을 사실 위주로 간략하게 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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