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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일 해저케이블 정보도 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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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부가 한국 내 네 곳의 해저케이블에 대한 정보를 한국 정부 몰래 수집·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6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국무부 승인 아래 해외 대사관에 주재국의 핵심 기반시설과 주요 자원 정보를 갱신하라고 지시했다. 규정된 정보 수집 대상은 “시설 파괴로 운영에 지장이 발생하면 미 국익에 즉각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들이다.

 국무부는 이 전문에서 미국이 정보를 관리해 온 각국의 관리 대상 시설·자원을 공개했다. 한국은 한·일 간 국제 해저케이블(KJCN) 등 부산 근해에서 세 곳과 충남 신두리 앞바다의 동아시아횡단케이블(EAC) 등 총 네 곳이 포함됐다. 기니의 보크사이트, 중동의 액화천연가스(LNG)와 덴마크의 천연두 백신, 일본·중국의 해저송유관, 영국의 통신센터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전문은 ‘2급 비밀(Secret)’로 분류됐고 주재국에 내용이 전달돼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국내 해저케이블을 설치·관리하는 KT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주변국들과 10개 내외의 케이블을 설치하고 있다”며 “케이블의 위치는 기밀이 아니지만 미 정부가 4개 케이블만을 따로 관리 명단에 올렸다면 이들이 보안을 요하는 일종의 ‘핫라인’으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겉으로만 언론 개방=중국 정부가 겉으론 언론 개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여전히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위키리크스가 4일 폭로했다. 2007년 11월 8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그해 10월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 때 과거와 달리 대규모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보고서에 대해 당 지도자들이 로봇처럼 되풀이하는 찬양을 들어야만 했다고 이 전문은 지적했다.

 관영매체인 중국중앙방송(CC-TV)은 당시 17전대의 축제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우는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동물들의 사냥 장면도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라며 방영을 금지했다. 중국 주요 웹사이트들도 17전대 기간에 채팅방을 폐쇄했고 가벼운 풍자와 부정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까지 삭제했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알카에다 돈줄”=사우디아라비아가 알카에다·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돈줄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

5일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자 외교전문은 “사우디의 기부자들이 전 세계 수니파 테러집단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라고 지목했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과 성지순례인 하지 기간에 거둬들인 돈을 포함해 매년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사우디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략적 금융거점”, 쿠웨이트는 “핵심 자금 유출입로”라고 전문은 평가했다. 카타르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자금줄 차단에 소극적이어서 테러리즘 대응에 “최악”으로 분석됐다.

사우디의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는 5일 “위키리크스에 비밀 외교전문을 공개한 정보원은 엄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미국 측에 “뱀의 머리를 잘라야 한다”며 이란 핵시설 공격을 요청했다. 

정재홍·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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