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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불법자금’ 부인한 한명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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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명숙 전 총리(왼쪽에서 셋째)가 6일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그 뒤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한명숙(66) 전 총리가 8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섰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에 대해 지난 4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월 한만호(49·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다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22부(부장 김우진)의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한 전 총리는 “이번 사건은 지난번 무죄 판결에 대한 보복 수사”라며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한 생각조차 품어보지 않았다”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두 번의 부당한 기소를 겪으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를 온몸으로 절감한다”며 잠시 울먹였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은 수사의 이름을 빌려 정치 탄압을 하고 있다”며 “지난번(5만 달러 수수 사건)에는 검찰이 저를 의자 위에 두고 간 돈을 서랍에 넣은 ‘소매치기’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마약 밀매범’처럼 거리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다”고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길가에 세워두고 돈가방을 받았다”고 밝혔다.

 “표적·보복 수사이고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한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사실과 다르니 근거를 밝혀달라. 법정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곳인 만큼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반박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한신건영의 전 경리부장 정모(여)씨는 “한 전 사장이 세 차례에 걸쳐 3억원씩 돈을 마련할 때 ‘의원님께 갈 돈’이라며 장부에 ‘한’이라고 적었다”며 “당시 옆 건물에 의원 사무실이 있던 한 전 총리를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신건영의 비자금 관리 장부, 정씨가 3억원씩 담았다는 여행가방 3개에 대한 구입 영수증, 같은 모델의 가방 등을 법정에서 제시했다. 이날 재판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친노·민주당 인사 20여 명이 방청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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