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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선·후배끼리 전공 과외 … 튜터링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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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양대 경기도 안산 에리카캠퍼스의 언론정보관 세미나실에서 ‘튜터링’ 과정에 참여 중인 경제학부 학생들이 전공과목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한양대 제공]


“암세포 진행 과정을 다시 한번 설명해 줄래. 수업시간에 모르는 영어 단어가 많아서 제대로 이해를 못했어.”

 2일 오전 9시 경기도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공학관 1층 휴게실. 학생 3명이 기초생물학 전공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남학생 2명이 여학생에게 주로 질문을 하고 설명을 들었다. 남학생은 05학번인 김슬기로(25)씨와 김두기(25)씨였고, 여학생은 후배(06학번)인 이지희(25)씨였다.

 이번 학기에 둘은 후배에게서 전공과목을 개인지도받고 있다. 김씨는 “군 복무와 어학연수로 4년 만에 복학해 보니 강의를 영어로 진행해 당황했다”며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 지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캠퍼스 내 휴게실이나 카페 등에서는 이들처럼 3~5명이 모여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시나 한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질문하고 설명을 듣는 방식이다. 바로 한양대가 실시하고 있는 ‘또래 튜터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전공과목별로 전년도에 A학점을 받은 학생이 새로 해당 과목을 듣는 학생들 중 도움을 원하는 수강생 2~4명과 조를 이뤄 주 1회 2시간씩 개인교습을 해주는 것이다. 성적 좋은 후배가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선배를 가르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한양대가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2학기부터다. 전대훈 교수학습팀장은 “학교에 적응이 힘든 복학생과 성적 부진생 등을 돕기 위한 취지로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튜터링 활성화를 위해 각 팀에 1학기당 10만원씩 활동비를 줬고, 성적 우수팀에는 장학금도 지급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튜터링 참여생 중 A학점을 받는 비율은 42.4%로, 일반 학생(29.2%)보다 크게 높았다. 지원자도 갈수록 몰린다. 지난해 2학기에는 193명이 참여했지만 올 2학기에는 3배 이상(653명) 늘었다. 응용물리학과 김상우(25)씨는 “지난해 튜터링 덕에 양자물리학에서 A+를 받았다”며 “튜터(가르치는 사람)에게서는 노트도 빌리고 기출 문제도 받아본 덕에 좋은 학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문방송학과 정다영(24·여)씨는 “지난해만 해도 튜터링 제도에 대한 반응이나 관심이 별로였는데 이제는 튜터링 팀 간에 치열하게 장학금 경쟁을 벌일 정도”라고 소개했다.

 튜터링 제도는 동국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 등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화여대는 해당 과목 교수가 튜터·튜티(배우는 사람) 선정뿐 아니라 학습 내용과 방법까지 상의해 준다.

동국대는 매년 50여 팀을 선발해 튜터에게 장학금 50만원을 준다. 연세대는 대상을 외국인과 새터민까지로 확대했다.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온라인 튜터링 제도를 지원하기도 한다. 성균관대 도승이(교육학과) 교수는 “요즘은 1~2학년 때도 전공 시험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 대학가에서 튜터링 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맞춤식 교육을 하기에 부족했던 강의를 튜터링 제도가 보완해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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