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계 “별 이득 없어” … 제약업계 “특허연계 유예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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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과 교역하는 550개사를 대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실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연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70%가 “FTA가 지연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수출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이런 인식을 반영해 추가협상 타결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은 “환영한다. 조속한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만만치 않다. 자동차 대신 우리가 얻은 돼지고기와 제약 부문은 ‘실질적인 이득’에 의문이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2007년 FTA 협상 결과와 비교하면 자동차 부문에서는 후퇴한 게 분명하다”며 “반면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우리가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실익’은 글쎄=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돼지고기의 관세철폐 시기를 2014년에서 2016년으로 2년 연장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실익이 없는 협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은 2억200만 달러였다. 전체 수입 돼지고기의 40%선을 미국산이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품 대부분은 음식점에서 쓰인다. 대한양돈협회 정선현 전무는 “2016년 관세가 철폐되면 식당 등에서 수입품을 조금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산을 즐겨 먹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은 별로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판매하는 돼지고기 중 미국산 비중은 1% 미만이다.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값이 싸 소비자 대부분이 국산을 사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정원헌 과장은 “국내 소비자는 냉장 돼지고기를 선호하는데 미국산은 냉동돼 들어와 인기가 없다”며 “국산과 가격차도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수입품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대체로 환영=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제도의 이행의무를 협정 발효 후 3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제약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제약협회는 “국내 제약업계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보다 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제도는 복제약 허가를 정부에 신청할 때 복제약 제조업체가 신청 여부를 원개발사인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통보받은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특허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정부가 판매허가를 내지 않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 업체의 복제약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 입장에선 이 제도의 시행이 늦춰질수록 유리하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제약업계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7%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간접 수출증대 기대=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대미 섬유수출이 연간 1억8000만 달러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미 섬유수출은 2001년 32억6000만 달러에서 2009년 11억1000만 달러로 매년 감소해왔다. 섬유업계로선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협상 타결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FTA 타결에 따른 전반적인 교역증대 효과를 기대했다. LG화학 유승원 해외사업팀장은 “한 해 4억 달러 정도를 미국에 수출한다”며 “관련제품 수출이 늘면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미 미국·유럽연합(EU) 등과 무관세 거래하고 있어 협상 타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등의 수출 확대에 따른 간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염태정·심재우·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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