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우중 회장 후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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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대우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계는 향후 대책과 후임자 물색 등을 놓고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계는 재벌개혁 과제와 관련해 정부와의 조율이 시급한 만큼 한시라도 빨리 후임 회장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히 하겠다는 인물이 없는데다 '비(非)오너' 를 회장으로 선임할지 등에 대한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왜 사퇴의사 밝혔나〓지난 7월 대우그룹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이후 전경련은 사실상 손병두(孫炳斗)상근부회장이 재계 의견수렴이나 정부와의 조율 등 전경련 회장역할을 대행해 왔다.

여기에다 "해체 상태인 그룹 총수가 전경련 회장직을 계속 맡는 것은 무리 아니냐"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정에서 불거진 재계갈등의 이해당사자가 어떻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냐" 는 등의 지적도 나왔다.

이렇게 되자 金회장은 직접 각계 인사들과 접촉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들었고, 지난주에는 孫부회장에게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牝? 고 요청하는 등 사실상 사퇴수순을 밟아 왔다.

金회장도 이날 '사퇴에 즈음하여' 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회장직 사임 결심은 대우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이 시행된 때부터 이미 마음속에 굳어 있었다" 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채권단의 대우에 대한 실사에서 '의외의 결과' 가 나오거나 대우자동차가 국유화될 경우 金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란 소문 등이 사퇴를 결심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차기 회장은〓재계가 그동안 숱한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金회장의 유임 의사를 전한 것은 '대안 부재' 란 진단 때문이었다.

재계 일각에선 진작부터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았지만 ▶재계를 대표할 만한 경륜에다▶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등의 조건을 충족할 만한 '오너' 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강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금같이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누가 회장직을 맡으려 하겠느냐" 고 반문했다.

때문에 정.재계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인 손길승(孫吉丞)SK회장이 맡는 게 어떠냐는 관측도 있고, 나웅배(羅雄培)전 총리.김준성(金埈成)전 부총리(현 이수화학 회장)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오너 중심인 전경련 회장을 전문경영인이 맡는 것은 어렵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오너로는 정몽구(鄭夢九)현대.이건희(李健熙)삼성.구본무(具本茂)LG회장 등이 있으나 대부분 자신들의 그룹에 이런저런 현안이 있는데다 본인들도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소한 내년 2월 전경련 정기총회때까지는 회장직은 공석으로 두고 孫부회장 중심으로 임시 대행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강하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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