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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 인식 나빠질수도 있는데…

미주중앙

입력

뉴욕지역의 한인 식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식품들중 일부가 연방식품의약청(FDA)의 식품 레이블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플러싱 소재 한인 식품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춧가루를 비롯해 설탕·즉석조리식품·약재 등 다양한 제품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충주시 우수상품지정업체 태양초 고춧가루'에는 원산지 표기가 없으며, '음성 청결 고춧가루'와 '우리청결 고춧가루'에는 한글 원산지만 표기돼 있을 뿐 영문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큐원 흑설탕'에는 중량을 제외한 영문 정보가 누락됐으며, 즉석조리식품인 '양반 호박죽'도 영문 원산지 표기 등 레이블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홍삼 등 '대현신농 자연생약 신농내추럴'의 일부 약재에는 상품 이름만 영문으로 표기돼 있는 상태다.

FDA 식품 레이블 규정에 따르면 모든 수입 식품에는 상품명과 중량·내용물·영양성분분석표·원산지 등이 영문으로 명시돼야 한다. 또 식품 테러에 대비해 제조 또는 수입·유통업체 중 한 곳이라도 표기가 돼 있어야 한다. 포장지 자체에 영문으로 인쇄를 하거나 스티커 한 장에 모든 정보를 게재해야 한다.

관세사 박병열씨는 "FDA의 식품 레이블 규정은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수입 식품은 미국인들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원산지 영문 표기는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권한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충주시 우수상품지정업체 태양초 고춧가루'는 '충주시 우수상품지정업체'라는 문구가 포장지 상단에 표기돼 해당 지역 관청의 인가를 받고 품질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포장지를 살펴보면 상품명과 영양분석표·중량·수입업체·제조원만 영문으로 표기돼 있고 원산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충주시청에 '한국산인지 여부' 확인을 요청한 결과 "우수상품지정업체 문구 사용은 관내 농특산품 가공업체 해외 판로 개척을 도와 주기 위해 허용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내용물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조업체 측은 "고추 수매가에 따라 한국산과 중국산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명확히 표시해 수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레이블 규정을 몰랐다. 지역산인줄 알고 수입했는데, 앞으로는 정확히 원산지를 표시해 보내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한국에서는 식품 안전보다 수출 증진에만 매달리고, 현지 수입·유통업체들은 원가 절감으로 수익 늘리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제대로 된 제품조차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중앙일보= 최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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