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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양식 접목한 요리로 메달 땄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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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우현 셰프(뒷줄 왼쪽에서 둘째)가 ‘수라’팀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요리의 세계에도 월드컵과 올림픽이 있다. 세계 요리대회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룩셈부르크 컬리너리 월드컵과 독일 국제요리 올림픽이 그것이다. 지난달 20~24일 열렸던 컬리너리 월드컵에서 조우현 셰프가 이끄는 한국 ‘수라’팀 8명이 출전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셰프들은 준비부터 출전까지 모두 자비로 충당하면서도 다음 대회에선 더 나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조 셰프는 요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대회에 다녀온 조 셰프와의 일문일답.

 -컬리너리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52개 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한 큰 대회다. 심사위원으로 국제요리사연맹 소속 요리사 400여 명이 동원됐다. 절대평가 방식이라 90점을 넘으면 금, 80점을 넘으면 은, 70점을 넘으면 동메달을 받는다. 전체 수상 인원은 300명 정도고, 한국팀은 올해 처음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성과의 비결은.

 “독특한 조리법이다. 한식과 접목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조리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연어를 초고추장과 유자청, 케첩에 절였더니 매콤· 상큼·달콤한 맛이 동시에 난다고 좋아했다. 불고기양념에 재운 쇠고기를 데친 인삼뿌리로 말았더니 은은한 인삼 향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서양인에겐 낯선 한국의 것과 익숙한 그들의 것을 합쳤다.”

 -어려웠던 점은.

 “대회가 열린 4박5일 동안 잠을 거의 못 잤다. 다른 나라 대표들은 기업 후원을 받아 셰프당 세 명의 조수가 붙어 일을 나눌 수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걸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밤새 아이스박스를 들고 호텔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참가한 이유는.

 “2008년부터 한국 하인즈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기본적인 수준이고 개인 경비가 더 많이 든다. 대부분의 국제요리대회는 수상해도 상금이 없다. 명예만 생길 뿐이다. 그래도 많은 걸 배우고 돌아올 수 있다. 조리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요리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 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선진국 대표들의 요리를 볼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섬세함에 놀란다. 그 창의성을 배우는 것만도 큰 성과다.”

 -요리국가대표팀을 꾸린 계기는.

 “2004년 독일 국제요리올림픽에 나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 4년 전부터 대회를 준비한다. ‘우리도 변해야한다’는 생각에 돌아오자마자 팀을 꾸렸다. 최고의 밥상이란 뜻에서‘수라’로 이름을 정하고 특급호텔 등에 근무하는 후배들을 끌어 모았다. 결성 뒤 2005년 홍콩세계요리대회와 러시아 컬리너리컵, 2006년 태국세계요리대회, 2007년 호주 요리대회, 2008년 독일국제요리올림픽에 도전해 상을 받았다.”

 -앞으로의 포부는.

 “이번 룩셈부르크 컬리너리월드컵에서 내가 가르치는 현대전문학교 학생 5명이 모두 입상했다. ‘수라’팀과는 별도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땄다. 앞으론 후배들을 국제요리대회에 내보내는 데 더 힘을 쏟을 생각이다. 똑똑한 후배가 많아지면 한식도 발전하고 나도 발전한다. 후배들에게 중요한 요리법을 알려주고나면 스스로 ‘뒤처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자꾸 새로운 걸 개발하게 된다. 후배들의 창의력에 선배들의 노하우와 자금력을 더해줄 생각이다.”

이상은 기자

▶제 11회 룩셈부르크 컬리너리월드컵에 출전한 ‘수라’팀원들

조우현(48)플로라 오너셰프

김준식(46)강원랜드 조리부 차장

이원목(45)(주)ECG대표

이최홍(37)강원랜드 제과부 대리

장아영(30)미국 비엔터스 셰프

문환식(30)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외래교수

김동석(27)조선호텔 콤파스로즈 조리팀

오명진(24)호남대 조리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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