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천영우 민감 발언 드러나 … 외교부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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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공개와 관련,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지난달 29일 우리 당국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외교소식통이 30일 전했다. 소식통은 “미국 측이 여러 채널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누출문건 연루 국가 당국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문서유출 배경과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유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정부, 불쾌감 속에 전전긍긍=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0일에도 “타국 정부의 일이므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처 관계자들은 공개문건들에 우리 외교에 민감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점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한 당국자는 “외교관들이 제3국이나 북한에 대해 얘기한 것이 여과 없이 공개된다면 거북스러운 일”이라며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특히 김성환 장관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시절 미국과 나눴던 민감한 발언들이 공개된 데 대해 당혹하고 있다.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월 3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다고 발언했다. 김 장관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려고 방중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평양∼베이징 간 열차에서 폭탄을 찾아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 등 기밀사항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전문에 나온 한국 관리들의 중국 관련 언급이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고위 관리들이 북한의 내정과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 외교관과 나눈 얘기들과, 우리 외교관의 중국 외교관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미국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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