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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한 비난 받아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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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가 북한을 ‘연평도 포격의 공격자’로 규정하고 강력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30일 홈페이지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한국 영토에 대한 포격과 사상자 발생에 대해 북한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3·26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중국과 암묵적으로 보조를 취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다.

 천안함 사건 이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도 중국과 함께 한·미·일의 반대편에 섰다.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 활동에 상당한 부담을 줬던 게 사실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직후부터 적극적이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3일 오후 “남한의 섬(연평도)을 포격한 자들은 분명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가 한반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한다”고까지 말했다.

 러시아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뭘까. 먼저 사안의 차이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은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침몰 원인과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의 경우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시인한 데다 연평도가 민간인 거주 지역이란 점에서 국제법적으로 북한의 ‘전쟁범죄’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러시아와 중국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경우 막강한 경제력으로 G2의 대열에 올랐지만 자국 이익이 걸리면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는 눈을 감아버리는 ‘미숙한 수퍼파워’인 반면 미국과 함께 한때 수퍼파워로 국제질서를 형성했던 러시아는 보편적 국제규범 위반 사안에 대해선 분명한 자세를 취할 정도로 대국 기질이 살아 있다는 점이다.

◆미 “진정성 없는 6자회담은 PR일 뿐”=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이 도발행위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6자회담은 ‘PR(홍보)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 제안에 대해 이같이 거부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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