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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김황식 “북 도발 대응에 문제 많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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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번의 북한 도발과 관련해 사전·사후 준비태세나 대응태세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국민에게 엄청난 걱정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일보 이상일 정치데스크와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뜻부터 밝히고 나섰다. 그는 “북한이 노리는 건 국지적이고 간헐적인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은 정부를 믿고 힘을 한데 모아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건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도 각별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성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채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의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선 “중국이 달라지지 않았고,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못 준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취임(10월 1일) 두 달을 맞은 김 총리가 언론과 단독으로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군이 노출한 문제의 핵심은 뭔가.

 “군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인정하지만, 정전(停戰) 상황에서 평화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가운데 군인들이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하는 일종의 매너리즘이 분명히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군이) 단호하게 대응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갖고 피하려는 뜻이 더 강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에선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나,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포용정책을 시도했는데 취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의 선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과 같은 사태에 이르렀다. 혹자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란 대북정책 때문에 이번 사태가 생겼다고 하는데 본질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도발적이고 완고한 태도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이명박 정부가 햇볕정책을 하지 않아 북한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목소리를 낸다.

 “햇볕정책을 했어도 과연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민족공영을 위한 개혁·개방 정책을 취했을지 회의적이다. 저들이 지금까지 해온 태도로 봐선 오히려 위장된 평화 상태를 이용해 핵 개발을 하는 등 자기네 의도대로 모든 걸 끌고 갔을 것이다.”

 -중국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테니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보면서 그들이 보다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민노당·진보신당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군사적 훈련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6자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현 상황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또 6자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6자회담은 무의미하고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개성공단은 어떻게 되나.

 “개성공단은 남북 간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류협력의 통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로 공단에 근무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이 위협을 받는다면 공단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불가피하다.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조치해 나가겠다.”

 -김태영 장관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나.

 “김 장관은 천안함 사건 이후 사표를 제출했는데 대통령이 남은 업무처리 등으로 수리를 보류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연평도 도발로 김 장관 사표 수리와 후임 장관 지명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논의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군을 심기일전시키기 위해선 사표를 빨리 수리하는 게 좋겠다는 데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 (김 총리는 김 장관의 사표 수리가 발표됐던 지난달 25일 저녁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났다.)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상의했나.

 “당연하다. 내가 임명제청권자 아닌가. 김 후보자를 개인적으론 잘 모르나 훌륭한 분이라고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주로 어떤 얘기를 듣나.

 “(내가) 감사원장을 했을 때부터 느끼는 것인데 이 대통령의 관심사항과 지향하는 방향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일치한다. 대통령과 내가 엇박자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바깥에선 대통령이 총리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 힘을 실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총리 위상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말에 신경쓰지 않는다. 총리가 어떤 열정과 실력을 가지고 일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총리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며칠 전 전주의 한 사회적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6∼7명의 베트남 신부와 대화를 나눴다. 그들을 포함한 사회적 취약계층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뿐이다. 총리의 일상이 이런 분들과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심도 든다.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집으로 가져가서 해도 되는 만큼 앞으론 삶의 현장을 자주 찾아보려 한다.”

만난 사람=이상일 정치부문 데스크
정리=채병건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김 총리가 밝힌 ‘확전 자제’ 발언 진위

확전 자제 적절치 않다고 생각
바로 사실관계 알아봤더니
MB “왜 안한 말 나가느냐” 역정

김황식 국무총리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 “그 시점에서 만약 이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면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사실관계를 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 총체적으로 전쟁 문제를 관리할 때엔 전쟁을 유발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확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개별적인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대응할 땐 단호하게 응징해야 하고, 시기를 놓친 다음 공격하면 국제법상 문제가 된다” 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TV 자막에 뭐 그런 것(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이 있기에 바로 알아봤으나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확전을 자제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이 대통령은 오히려 ‘왜 저런,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나가느냐’며 역정을 냈다는 상황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언론에서 확전 자제 발언이(옳으냐 그르냐는) 논란으로 등장하기 전에 나는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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