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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월가 대형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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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월가의 대형은행도 각오하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 극비 문서에 이어 25만여 건의 미국 외교전문을 폭로한 ‘위키리크스’가 이번엔 월가의 대형은행을 정조준했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터넷판에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사진)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어산지는 인터뷰에서 “미국 월가의 현존하는 대형은행 한 곳과 관련된 대규모 폭로가 있을 것”이라며 “시기는 내년 초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공개할 내용은 은행 내부 문서”라며 “39만여 건에 달한 이라크전쟁 극비문서 정도는 아니지만 수만에서 수십만 건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서가 공개되면 월가 대형은행 경영진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최고경영진이 어떻게 사리사욕을 채우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마치 부패의 생태계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또 “여기엔 도덕적 책임도 따르겠지만 범법 행위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안에 따라선 감독 당국의 조사나 사법 당국의 수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월가 대형은행의 내부 문서 폭로가 가져올 파장을 2001년 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분식회계 스캔들에 비유했다. 엔론은 파산 후 법정관리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의 개인 e-메일이 잇따라 폭로되며 분식회계 혐의가 불거졌다. 이후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을 비롯한 경영진이 줄줄이 사법 처리됐다.

 어산지는 월가 은행에 이어 내년엔 다른 민간 기업도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를 검토하는 대상으론 제약·에너지·정보기술(IT) 업계가 꼽힌다. 에너지회사 가운데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사고를 일으킨 BP도 포함돼 있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명성이 알려진 뒤 각종 폭로자료가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절반은 민간 기업과 관련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 기업과 정부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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