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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평도 민가에 포 쏴놓고 “남한이 흉악한 인간방패 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은 27일 연평도 공격 당시 민간인 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책임은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통해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연평도에 대한 공격 이후 북한이 민간인 사망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통신은 “군사기지 안에서 민간인 사상자들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적들의 흉악한 속심을 명백히 입증해 주는 것”이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도처에서 군사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민간인들이 죽는 것쯤은 예상사로 여겨온 미국의 비인간적인 처사가 이번에 조선반도에서 재현됐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당시 적측의 포탄들은 우리의 포진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간주변까지 무차별적으로 날아와 떨어졌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28일 서면 입장을 내고 “책임 있는 당국의 공식 사과는커녕 ‘인간방패’ 운운하며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비인간적 도발을 합리화하고 우리 국민과 군을 모욕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책임 있는 당국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도발책동 포기를 촉구했다. 군 관계자는 “어느 군 시설에나 민간인이 함께 근무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무차별 기습포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해 대북 여론이 악화되자 인간방패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늘어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논평 직후 일부 청와대 참모와 정부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가 ‘민간인 사상자 유감’ 표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 ‘인간방패’ 운운한 대목이 있다는 군 당국의 보고를 받고 중단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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