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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미국 심장협회 연례회의 어떤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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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코팅 스텐트 삽입술은 최선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치료법이지만 혈전증의 문제가 있다. 이번 미국심장협회 연례회의에선 항혈전제 처방전략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릴리, 한국다이이찌산쿄 제공]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국내에서만 인구 1000명당 6.4명의 환자(31만 명)가 발생한다. 과거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치료하기 위해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했다. 그래서 스텐트(금속그물망)를 이용한 관상동맥중재술의 등장은 심장병 환자에겐 새로운 희망이었다. 피부만 절개해 혈관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체내 이물질인 스텐트로 혈관내막이 손상돼 혈전이 생기고, 이에 자극 받은 염증세포가 반응을 일으켜 혈관 내 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한 탓이다. 이에 2003년부터 약물코팅 스텐트가 사용됐지만 혈전증 문제가 여전히 남았다. 13~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83회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회의에서는 관상동맥중재술(스텐트삽입술) 뒤에 사용하는 항혈전제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혈전증 예방 위한 약 처방, 일관된 기준 없어

15일 연례회의에선 ‘스텐트삽입술 후 항혈전제 처방전략’이 발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가이싱어클리닉의 피터 버거 연구학장은 기존 항혈전제와 이를 극복할 신약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300여 명의 참석자에게 특정 경우라면 어떤 약물을 얼마의 용량으로 투약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의사들은 제 각각 항혈전제 처방을 내놓았다.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쓰는 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심혈관질환센터 심장학과장 버나드 마이어 교수(세계 최초 관상동맥중재술 시술자)는 “항혈전제는 지난 15년간 플라빅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가 유일했으나, 유전적 특성(아시아 인구의 25%)에 따라 일부 환자에서 약효가 발현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약물코팅 스텐트가 쓰이면서 더 강력한 항혈전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것.

 항혈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의사들은 플라빅스 용량을 2배로 늘리거나 다른 보조제(실로스타졸)를 곁들였다. 그러나 이번 미국심장협회에선 플라빅스를 고용량으로 써도 혈전증 발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최신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됐다.

 마이어 교수는 “스위스 등 서양에서는 항혈전 효과가 뛰어나면서 여러 환자에게 일관된 약효를 내는 항혈전제 에피언트(성분명 프라수그렐) 처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피언트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국내에서는 올해 7월 식약청 승인을 받은 항혈전제이다.

최소 1년간 약 복용 … 당뇨·고혈압 관리를

에피언트는 기존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항혈전 효과를 보이는 대신 출혈 가능성도 높다. 학회에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 박승정 교수는 “항혈전제를 쓰면 혈전은 방지되지만 혈액응고가 잘 안 돼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빅스와 에피언트의 임상적 효과를 비교 검토한 서울성모병원 정욱성 교수는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 발작 병력이 없고, 75세 미만, 체중 60㎏ 이상 성인이라면 에피언트가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FDA는 약물코팅 스텐트삽입술 후 최소 1년간 항혈전제를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혈전제 외에도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고지혈증제제 등 여러 치료약을 먹게 된다.

 박승정 교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재발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동과 식사요법 등 생활습관을 바르게 바꿔 고지혈증과 고혈압·당뇨병·흡연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치료와 신체활동을 더하면 심장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나 재발률을 60%이상 낮출 수 있다.

시카고=이주연 기자

스텐트시술 후 심장 관리법

식사지침| 초과 섭취한 만큼 활동해 적정체중을 유지한다 2 하루에 소금 3g, 알코올 2잔 이하로 줄여 혈압을 관리한다 3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성분을 제한한다 4 채소와 과일, 다양한 곡물을 섭취한다

운동처방| 건강상태를 진찰받고 전문가의 운동처방에 따른다 2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게 걷기·조깅·자전거타기·수영 등을 한다 3 서서히 시작해 운동강도를 평소와 비슷하거나 약간 힘든 정도로 한다 4 운동 중 흉통·호흡곤란·어지러움·두근거림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한다 5 식후 1~2시간 이내에는 과격한 운동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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