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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배우가 소설 속을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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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가족』,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등 힘이 넘치는 남성적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신작 『납장미』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실제 배우를 기용해 소설로 엮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전부터 이 소설의 속 주인공은 오직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뿐이라고 생각하고 카메라 대신 펜을 사용해서 그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색 소설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다카쿠라 켄은 우리에겐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친숙한 일본의 국민배우로서, 소설 첫 머리에 삽입된 배우의 사진을 통해 독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인 겐조를 연기하는 다카쿠라 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경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소설은 한 때 악명 높은 야쿠자 두목이었던 겐조가 15년 동안 형무소에서 복역한 뒤 귀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70이 낼모레인 무일푼의 보잘것없는 늙은이인 겐조는 인생의 말년을 조용하게 보내고자 고향 섬 회귀도로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와 이미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생존 소식이다. 인생이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일들 때문에 겐조의 조용한 여생은 물건너가고,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와, 칼로 도려내고 싶은 과거의 범죄와의 한판 승부가 빠르고 장쾌하게 펼쳐진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쟁하는 겐조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파탄밖에 얻을 게 없다.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이 온전히 자신이기 위해 투쟁할 필요가 있는 순간이 닥친다. 기르는 개라면 목걸이를 풀어내고, 들개라면 그저 마구잡이로, 지더라도 투쟁할 각오가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거친 영혼이 만들어 낸 이색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태풍이 지나간 뒤처럼 조용하고도 따뜻한 여운이 있다.

■ 저자소개: 마루야마 겐지 (丸山健二)
1943년 나가노 현에서 태어나,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데뷔, 23세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여 37년 동안 최연소 수상자라는 영예를 누렸다. 이후 문단과는 거리를 두고 줄곧 일본 중부의 산악지대인 나가노 현 아즈미노에 거주하며 독자적인 소설 세계를 개척하여 '고고(孤高)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표작은 [은빛 투구의 밤]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천 년 동안에] [물의 가족], 산문집 [소설가의 각오]. 창작과 함께 정원 가꾸기에 열중하여 [아즈미노의 하얀 정원] [저녁 정원] [피어나는 꽃] 등 독특한 사진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 역자: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슬픈 李箱] [그리운 여성모습] [글로 만나는 아이 세상] 등의 책을 썼으며, [철도원] [일식] [달] [가면의 고백] [플라나리아] [연애중독] [장미 도둑] [라쇼몽-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선집] 등의 책을 번역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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